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6

꽃이 피고 지고 계절이 가고

산중산담 2018. 4. 27. 14:06


꽃이 피고 지고 계절이 가고


 

남녘으로부터 봄이 오는가 싶더니

금세 봄이 가고,

꽃이 피는가 싶더니

금세 지고 마네,

꽃잎 하나 날려도 봄이 간다는데,

우수수 져버린 꽃잎을 바라보는가 싶더니

무성한 녹음 사이로 간간히 피어난 봄꽃을 보며

허균의 스승인 손곡 이달의 시 한 편을 떠올린다.

날이 맑아 굽은 난간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지만,

겹 문까지 닫아걸고

시도 짓지 않네.

담 구석의 작은 매화가

바람에 다 떨어지니,

봄빛은 살구꽃 가지로 옮겨가는구나.“

 

어느 새 살구꽃, 벗 꽃으로 옮겨온 봄이

곧 뒤를 이어 찔레꽃으로 옮겨가고

여기저기 드문드문 피어 있는 오동나무 꽃으로 옮겨가고

다시 밤꽃으로 옮겨가면 여름이 지척인데, 그래서 그랬을까?

이름을 알 수 없는 어떤 시인은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겨 놓았다.

 

어느 해나 어느 계절에나

그때를 수놓아주는 유별난 꽃이 있나니

 

그 때를 수놓아 주는 꽃이 있다는 시 구절과 같이

사람의 인연도 그러하다. 인연이라는 것이 시절 인연이라서,

바람처럼 지나간 인연이 있는가 하면

흰 구름처럼 두둥실 다가오는 인연도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생의 어느 시기에 누군가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놀랍게 변하는 것이다.

그 역시 꽃이 피고 지는 것과 같이 우주의 순리가 아닐까?


2018420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