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6

여행에서 돌아와,

산중산담 2019. 6. 26. 10:41


여행에서 돌아와,


 

여행 중에 내가 나를 마나는 것도 어렵지만

내가 나 아닌 누군가를 안다는 것도 어렵다.

수없이 내 입에서 나아간 말이

허공을 헤매다가 다른 사람의 마음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다시 내 마음 속으로 돌아온다고 느낄 때

감지되는 그 슬픔, 그 슬픔을 느낄 때가 있다.

그것 역시 지나가고 나면 추억이 되는데,

인간은 어느 곳에서나 추억을 만들고, 그 추억들을

회고하면서 사는 것이다.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는, 슬픈 추억, 기쁜 추억들이

겹겹이 쌓이고 쌓여 있다가

어느 순간 안개가 풀리듯 풀려나오는 것이다.

 

나는 죽어가면서 산다.”

나는 얼음 위에서 불처럼 타노라.“

나는 희망 없는 희망을 품노라.”

나는 불꽃에 떤다.“

나는 나아가고 또한 남는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 실린 글과 같이

가끔은 죽을 것처럼 절망하고, 그리고

백척간두에 서 있는 사람처럼 쓸쓸해하면서

살다가 가는 것이 인간이 아닐까?

오오, 인간이란 참으로 덧없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곳

자신의 현존을 정말로 인상 깊게 남길 수 있는 유일한 장소,

즉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추억이나 그 영혼에 있어서 마저도

덧없이 사라져 가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도 순식간에,”

괴테의 명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실린 글이다.

산다는 것은 쓸쓸하고 외로운 것,

그래서 온 몸으로 저항하고 발버둥 치며 사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