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에 바라보는 나뭇잎은 산뜻하고도 그윽한 아름다움이다.
오월의 나뭇잎은 눈이 부시게 푸르지 않고, 가슴이 시리게 연 푸른 빛이다.
생강나무 잎도 좋지만, 상수리나무 잎이나, 청미래의 그 연 푸른 빛은
가슴 가득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듯 사무치게 아름다운
그 나뭇잎들을 보고 있으면 수많은 생각들이 바람에 파르르 떨리는
나뭇잎과 같이 춤을 추듯 밀려온다.
환한 대낮보다도 밤, 그것도 달빛에 비친 나뭇잎 그림자는
얼마나 그윽한 아름다움인지, 그래서 그랬을까.
14세기 일본의 문장가이며 가인(歌人)인 요시다 겐코(吉田兼好)는
그의 책 《도연초(徒然草)》에서 상수리나무 사이로
새어드는 달빛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그렸다.
“새벽녘 가까이 되어 기다리던 달이 겨우 고개를 내미는 모습을 보면 더욱 정취가 있다. 검푸른 나뭇가지 사이로 떠오른 달그림자, 나뭇잎 사이로 새어드는 달빛, 약간의 먹구름 사이로 숨는 달의 정경 따위가 한층 더 정서가 깊다. 떡갈나무나 상수리나무의 젖은 듯이 윤기가 흐르는 잎에 달빛이 반짝이는 모습은 사무치도록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이럴 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기분이 통하는 친구가 옆에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게 된다.”
가슴이 아리도록 아름다운 글이다. 떡갈나무 잎사귀 사이로 새어드는 달빛과 그 빛을 읽을 줄 아는 작가의 마음을 손끝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달빛을 통해서 볼 때는 꽃보다도 오히려 오월에 돋아난 떡갈나무의 여린 잎이 운치가 있다.
자연은 사시사철 그 정해진 질서에 따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사람도 자연이라서 그런 것일까. 시시각각 변하는 사람의 마음,
그래, 살아가면서 깨닫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는 것,
그것뿐이다. 다 알 것 같지만 모르는 것이 어디 그 것 뿐일까?
"바람에 날리는 꽃잎보다 가벼운 사람의 마음을 믿고
정을 나눈 세월을 생각하면 감회가 새롭다.“
옛 사람의 글이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알고도 모르는 체, 모르면서도 아는 체
살아가는 세월, 그래서 그 세월을 약이라고 하는 것이지,
그렇게 가다가 보면 멈추는 곳, 그곳이 내가 봐야할
이 세상 마지막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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