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치유숲이 만들어지는 진안 고원 길과 장안산 자락 덕산 계곡길을 걷는다.
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에서 6월 8(금)일에서 10일(일)까지 전북 진안과 장수 일대를 걸으며 답사합니다.
첫날은 와룡산 자연 휴양림(촌장이자 우리 땅 걷기 송현섭 도반)에서 묵고 미재에서 시루봉으로 오르는 길을 걸어서 도착할 진안고원길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할 것입니다.
둘째 날은 장수의 장안산 자락에 있는 덕산계곡과 논개 생가터에서 장수로 이어지는 장수의 숨은 비경을 걸을 예정입니다.
“희망을 잃어버리고 살았던 때가 있었다. 희망을 버렸다고 생각하는데도 희망이 조금은 남아 있는지 부질없는 꿈들을 꾸게 되고 그 때 희망을 버리려고 매일 산으로 혼자서 들어갔다. 작은 망태기 하나 들고, 명목상으로는 더덕을 캐러 간다고 집을 나서서는 하루 종일 그 깊고 깊은 산중을 쏘다니던 때가 있었다.
전진바우를 지나 열두골로, 열두골에서 곧 바로 오르면 선각산이었다. 아스라하게 펼쳐지는 산 줄기를 바라보다가, 망바우로 이어지던 능선 길, 망바우에서 백암리와 천천면을 잇는 홍두깨재를 지나 시루봉으로 가다보면 장수 일대의 산들은 찬연하기만 했다. 시루를 엎어 놓은 것 같다는 시루봉에 올랐다가 장자골 능선을 지나 덕태산을 이어지는 산 능선, 그 긴 산줄기를 얼마나 여러 번 오르내렸던가,
가을이 깊어지면 골짜기마다 단풍으로 붉게 붉게 타오르고 능선에는 하얀 억새들이 군무를 이루었다.
목이 마르면 향기 짙은 당귀의 싱싱한 줄기를 꺾어 먹었고, 그래도 성이 안차면 산정에 올라 굽이쳐 흘러가는 산줄기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했으며 어떤 때에는 자연만이 만들어내는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넋을 잃기도 했다. 그러나 곁에는 아무도 없었고, 다만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구절을 떠올릴 뿐이었다.
내가 순간에다 대고, 멈추어라! 1700
너 정말 아름답구나! 하고 말을 한다면
너는 나를 꽁꽁 묶어도 좋다!
그럼 나는 기꺼이 멸망하리라!
그런 순간이 내게 있다면, 무엇이 아깝고 서운하랴. 하고서 발길을 재촉하였다. 돌아다니다 지치면 희디흰 피나무에 몸을 기댄 채 오고 가는 시간의 흐름을 잊기도 했고, 그 때 꿈도 없이 바라보던 적막한 숲을 문득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다 내 뺨을 어루만지며 지나가기도 했다.
“선각산 바로 아래쪽은 굵은 더덕이 많고 국골 중 간 쯤에는 참두릅이 많단다. 망태골 아랫녘에는 다래와 통머루가 많이 열리고 장자 골 아래에는 딱주(잔대)가 많이 자란단다.”
문득 아버님 목소리가 내 가슴속에 촉촉이 젖어들며, 땀을 뻘뻘 흘리시며 산길을 오르시던 그분이 내 곁에 있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그러나 눅눅한 바람이 내 귓전을 스치고 지나가던 그때, 내가 가야할 길은 어디에도 없었고 세상의 불행이란 불행, 세상의 절망이란 절망은 오로지 나에게만 있는 것 같았다. 다만 나에게 허용된 것은 오르는 것도 허락하고 내려가는 것도 허락하는 내 고향 뒷산 그 산 줄기뿐이었고, 도처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나무들뿐이었다.
지금껏 내 가슴에 남아 있는 소나무와 갈참나무들, 그리고 온갖 이름 모를 나무들, 그렇다면 그 때 나무는 도대체 나에게 어떤 말을 전해주었을까?
“우리 인간들이 슬픔에 차서 생을 견디어 나갈 수 없을 때, 한 그루의 나무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해줄 것이다. 살아라, 참고 나를 보아라! 산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도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린애들의 생각일 뿐, 만일 그대의 내부에 도사린 신으로 하여금 말씀하시게 한다면 그런 생각들은 입을 다물게 되리라.
그대의 길이 어머니와 고향으로부터 자꾸만 멀어져 간다고 해서 그대는 불안 해 하는데, 그러나 그대가 걷는 한걸음 한걸음과 수많은 날들은 그대로 하여금 다시 어머니에게로 다가가게 하는 것이다.
고향은 여기에도, 저기에도 있는 것이 아니라, 그대의 내부에 도사리고 있거나 혹은 아무 것에도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저녁녘 바람에 살랑이는 나뭇잎 소리를 듣노라면 방랑에 대한 그리움이 내 가슴을 쥐어뜯는다. 그것을 오랫동안 조용히 듣고 있노라면 그 그리움은 핵심과 의미를 보여준다.
그것이 설사 괴로움으로부터의 도피처럼 보인다 할지라도 그것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며, 어머니의 추억에이며 생의 모습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것은 집을 향해 가고 있다. 길은 어느 것이나 모두가 집으로 통해 있어 한걸음 한걸음이 새로운 탄생이요, 죽음이다. 그리고 모든 무덤은 곧 어머니이다.,
우리들이 어린애 같은 신념으로 불안을 느낄 때, 나무는 어스름 저녁 우리들에게 그렇게 살랑거리며 일러준다, 나무는 그들이 우리보다 오랫동안 산만큼 심오하고 냉철한 사념을 갖고 있다. 그들은 우리들이 그들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지 않는 한 우리들보다 훨씬 현명하다.
그러나 우리들이 나무의 속삭임을 알아듣게 되면 우리들의 사념과 모자람과 졸속拙速은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만족을 얻게 된다. 나무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은 나무가 되고 싶다는 것, 이상의 소망을 갖게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사람은 현재의 자기 자신 이상의 것이 되려고도 않는다. 그의 현재가 바로 고향이며 행복이므로,“
헤르만 헤세의 <나무>에 실린 글이다.
나는 그 당시 그냥 견딜 수밖에 없었고, 산이며 들판을 밤낮으로 헤매는 유랑자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신정일의 <길 위에서 배운 것들>에서
그렇게 아프고 슬퍼서 아름다웠던 고향 진안의 덕태산 자락에 진안고원길이 만들어지고, 건너편에 있는 선각산과 망바우 아래 소쿠리 같은 곳에 천지가 개명할 일이 일어났습니다. 국가에서 지리산과 덕유산 사이 <지덕권 산림치유단지가> 2018년 국가예산 800억 신규사업으로 확정되어 조성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전북 장수에 있는 장안산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의 산줄기인 백두대간 중 금남호남정맥의 종산으로 한국의 8대 종산 (백두산,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 덕유산, 치악산, 장안산) 중 하나다.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이기도 한 장안산 자락에 펼져진 덕산계곡은 울창한 원시림과 깊은 골짜기 사이로 기암괴석과 폭포가 있는 용추만풍(龍楸晩楓)의 명소로 영화 남부군에서 이현상의 빨치산 부대원 500명이 집단으로 목욕하는 장면을 찍은 아랫용소와 조선시대 명재상이었던 황희 정승이 바둑을 두었던 윗용소 등 두 용소가 유명하다. 방화동 자연휴양림과 덕산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은 산림청이 선정한 ‘아름다운 임도 100선’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오늘 소개할 장안산 덕산계곡 생태탐방로는 관리사무소에서 방화폭포까지 편도 약 3.1km에 1시간 정도 소요되는 짧은 코스로 탐방로는 계곡과 함께 계속 이어지고 아기자기한 길이라서 남녀노소 누구나 아주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윗용소 암반에는 가로 세로 19줄의 바둑판이 그려져 있고, 그에 얽힌 이야기가 전한다. 조선시대 명재상이었던 장수 출신 황희 정승이 덕산계곡 윗용소에서 목욕재계하고 천지신명께 기도해 재상에 올랐다는 설화가 있으며, 황희는 이후 정승이 되었다가 조선 태종 때 양녕대군의 폐세자에 반대하다 고향인 장수로 귀양와 마음이 울적할 때면 이곳 용소의 푸른 물을 바라보며 바둑을 두었다는 설화가 전해온다.
진안고원길과 장안산 덕산 계곡 길을 걸으며 온 산천에 매달린 오디와 버찌를 따 먹으며, 와룡산 자연휴양임에서 이틀간 치유의 밤을 보내고 싶은 분들의 참여를 바랍니다
'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 신정일 대표님 자료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강.. 따라 천리 길에서 맛보는 당신의 한 끼, 그리고 뜸봉샘 (0) | 2019.06.26 |
---|---|
중바우와 동고산성, 그리고 정여립의 자취를 찾는 답사가 진행됩니다. (0) | 2019.06.26 |
늦은 봄에 떠나는 원주와 여주의 폐사지 기행, (0) | 2019.06.26 |
<낙동강 천 삼백리 길>을 걷다. - 안동시 풍산읍에서 예천군 풍양면 삼강나루까지 (0) | 2019.06.26 |
2018년 사월초파일 삼사기행, 부안 개암사, 내소사, 고창 선운사를 가다. (0) | 2018.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