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매화, 산수유등)이 활짝 핀 섬진강을 걸으며 노닐다. 매년 봄날 그곳에 가지 않으면 한 해가 금세 지나갈 것 같아서 가는 곳이 바로 섬진강 중류, 임실군 덕치면 진메마을에서 동계면의 장구목지나 강경마을로 가는 섬진강입니다. 매화꽃, 산수유꽃이 만발한 그곳을 거닐며 봄을 맞이할 시절이 바로, 봄, 3월 중순입니다. “매화는 사람을 고상하게 하고, 난초는 사람을 그윽하게 하며, 국화는 사람을 소박하게 하고, 연꽃은 사람을 담백하게 한다. 봄 해당화는 사람을 요염하게 하고, 모란은 사람을 호방하게 한다. 파초와 대나무는 사람을 운치 있게 하고, 가을 해당화는 사람을 어여쁘게 한다. 소나무는 사람을 빼어나게 하고, 오동은 사람을 해맑게 하며, 버들은 사람에게 느낌을 갖도록 한다.” <유몽영> 속에 실린 여러 가지 풀과 나무를 칭한 글이다. 3월 16일 토요일, 봄이 사뿐히 내려앉은 아름다운 섬진강, 그 중에서도 섬진강의 물줄기가 가장 아름다운 섬진강의 중류를 매화꽃, 산수유 꽃을 보며 걷습니다. “여러 산이 줄지어 있고, 물 한 줄기 둘러 흐른다.”「동국여지승람」의 ‘산천‘조에 실린 임실의 풍경이다. “산과 산이 첩첩이 둘러싸여 있어 병풍을 두른 것처럼 아름다운 곳이다”라고 표현 된 임실은 “살 제 남원 죽어 임실”이라는 말도 있다. 조선시대 이곳 임실을 찾았던 신숙주申叔舟는 객관에서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말을 타고 유유히 가니 만리의 정(萬里情)이요. 저녁에 외로운 객관에 드니, 온 천지가 맑구나. 뜰 앞에 작약芍藥은 붉은 것이 시들려는 듯, 담장 밖 멧부리는 푸르게 멀리 연하였네. 10묘의 볏모는 흐르는 물이 어둡고 몇 집 되는 마을에는 엷은 연기 일어나네. 객창客窓이 적막헌데 오직 달만이 밝고, 꿈을 깨니 뭇 개구리 한바탕 노래 소리로구나.”, “여그가 동네 사람들이 삼을 삶던 곳이 예요. 삼을 째서 벗기던 이곳을 다른 동네 사람들이 지나갈 때는 담배도 안 피워야 하고 술 먹고 가다가는 얻어맞기가 일쑤였어요 나그네가 지나갈 때는 느티나무를 돌아가야 했어요... 저 강가가 얼마나 고기가 많던지 고기 반 물 반 했어요 우리 어머니가 “용택아 다슬기 잡아 가지고 올텡개, 불 때고 있어라”하고 나간 뒤 불 때고 있으면 금방 가서 한바가지 잡아가지고 오는디, 바가지만 가지고 가서 손으로 이렇게 더듬으면 한 주먹 되고 이렇게 하면 또 한 주먹 되고 그래서 금방 한바가지를 잡아 가지고 왔어요.... 도시의 나무들은 전봇대 때문에 나무들이 잘 크지를 못하잖아요 고기들도 잠을 자고 나무들도 잡을 자거든요 풀도 밤에는 잠을 자는데 도시의 배미들은 새벽에도 잠을 자지 않고 우는디 그게 정상이 아니에요. 그래서 예전엔 밤고기를 많이 잡았어요. 멍쳉이라고 부르는 고기가 있는디 얼마나 멍창한가. 손바닥보다 큰 고기가 두손으로 잡을 때까지는 가만히 있다가 밖으로 나온 담에야 부르르 몸을 떨었거든요. “고기 잡는 방법이 많이도 있어,요 그중 재미있는 것이 큰 메로 바위를 때리면 고기들이 기절해서 쑥쑥 나오거든요 그래서 진메마을 앞에 상처 없는 바위가 없다라는 말이 생겨난거예요” 김용택 시인의 말이다. 이곳 내령內靈리는 본래 임실군 영계면의 지역으로 영계면에서 가장 안쪽이 되므로 안영계 또는 내령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장군목, 장구목, 장군항, 물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산(345m)과 용골산 사이 산자락 밑에 위치한 이 마을에는 장군대좌형의 명당이었다고 하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곳 내룡마을 부근이 섬진강 중에서도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 곳이라는 것이다. 저마다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수많은 바위들이 강을 수놓은 가운데 바라보면 볼수록 기기묘묘한 바위가 요강바위이다. 큰 마을 사람들이 저녁 내내 싸도 채워질 것 같지 않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요강처럼 뻥 뚫린 이 바위를 한때 잃어버렸던 적이 있었다. 박준열부장이 남원 KBS에 근무하던 때였다니까 94년쯤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이 이 마을에 와서 골재채취업자라고 한후 한참을 지냈다고 한다. 마을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막걸리도 사주고 밤을 새워 이야기도 하면서 한 두어 달 지냈다든가 밤마다 포크레인으로 골재채취를 한다고 드르륵 드르륵 소리를 내는가 싶더니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그 사람도 사라지고 요강바위도 사라져 버린 것이다. 발칵 뒤집힌 마을 사람들이 남원 KBS에 연락을 해서 전국방송으로 내보낸 뒤 마을 사람의 인상착의를 알려주어 몽타주를 만들어 보냈다. 그런 뒤 두어 달 지났을까 경기도 지역에서 신고가 들어온 것이다. 언젠가 방송에서 보았던 그 바위가 모모지역에 있더라 그래서 경찰들을 급파해보니 자기 집에는 두지 못하고 외딴 곳에 숨겨놓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사람은 붙잡혀 감옥에 가고 요강바위는 약간의 상처를 입은 뒤에 이 고향에 되돌아 올 수 있었다고 한다. 봄날에 일찍 피어 바람에 휘날리는 매화꽃을 바라보며 거닐고 싶은 분은 함께 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