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지나가고 또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 지는 것이니, 길다 면 길고, 짧다면 짧은 6박 7일 간의 여정을 귀주와 운남, 그리고 연태를 돌아다니다가 돌아왔습니다. 명색이 우리 땅 걷기인데, 1월과 2월 사이, 거의 20 일 동안을 중국 땅을 답사했더니, 몇 분의 도반이 앞으로는 ‘우리 땅 걷기’가 아니라 ‘남의 땅 걷기‘ 라고 칭해야겠다고,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의 땅을 자주 나가는 이유는 앞으로 건강할 날이 얼마까지일 줄 모르고, 그래서 내 나라 내 땅도 더 많이 답사해야겠지만 가고 싶은 곳을 한 군데라도 더 가고 싶은 욕망의 발로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여행은 종합 예술이라서, 자연과 역사, 문화, 그 중에서도 사람에 대해 배우고 익히는 것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인생 그 자체가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책이고, 그 중에서도 가장 완벽한 여행 책이며, 그 여행 중에 만나는 모든 사람은 인생이라는 여행 책 중에 등장하는 모든 주인공들입니다. 그 주인공들이 저마다 천태만상, 아닌 만태만상의 인격체를 갖춘 하나의 우주라서 마냥 기분 좋은 사람들만 만나는 것이 아닙니다. 같이 대화를 나누고 눈길만 스쳐도 행복한 사람이 있는 반면 눈길만 마주쳐도 불편한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열차에 탑승한 그 주인공들을 누구도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 둘 수밖에 없고, 가끔씩 가만히 관조밖에 할 수 밖에 없을 때가 있습니다. 에피쿠로스는 말했지요, “어느 한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지는 일 없이 늘 평형을 이루는 것, 그런 평형의 상태가 곧 ‘아타락시아(Ataraxia)’인데,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상태, 혹은 그냥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다.” 에피쿠로스는 그의 작품 전체에서 언제나 그 평정의 상태 ‘아타락시아(Ataraxia)’를 견지하고 살라 말했으며, 프란시스 베이컨은 더 구체적으로 말했지요, “전쟁과 피하기 어려운 죽음에 직면해서, -아타락시아(Ataraxia)-‘ 조용한 마음으로 만사를 방관하는 이외에 나은 지혜는 없다.“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그 공식을 너무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가끔씩 흔들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서 평정을 잃을 때가 있습니다. 그 시간 또한 ‘모든 것은 지나간다.‘ 는 세상의 진리 속에 금세 지나가고 추억만이 남습니다. 그래서 여행은 ‘공부 중에 참 공부의 전당이자 학교’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귀주의 만봉림과 운남의 나평을 수놓았던 노란 유채꽃, 점점이 들어선 작은 산 들, 그리고 폭포와 아름다운 길들, 몇 시간에 걸쳐 비행기를 타고 중국의 서쪽 끝자락 곤명에서 연태에 도착한 우리들을 기다렸던 서울 한정식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인간사 옳고 그름에 대해 말하지 않겠노라(不言人是非). 그저 꽃이 피고 지는 것만 바라다 볼뿐(但看花開落)“
이름을 알 수 없는 옛 시인의 글이 지금의 내 마음입니다. 여행을 함께했던 모든 도반들, 그리고 여행을 주관해준 황반장에게 깊은 감사의 말을 드립니다. 온 나라를 다시 떠돌다가 보면 여름답사가 우리들에게 성큼 다가오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