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6

오늘은 어떤 고해의 강을 건너게 될까

산중산담 2019. 6. 26. 15:30



오늘은 어떤 고해의 강을 건너게 될까?

오늘은 어떤 고해의 강을 건너게 될까?

 

오늘의 시대는 모든 사람에게 순간순간 선택을 강요한다.

너무 앞서나가서도 안 되고, 뒤쳐져도 안 되고,

머뭇거려서도 안 된다.

순간순간 삶을 선택해야 하고, 선택한 일에서 야기되는

모든 책임은 자기 자신이 져야 한다.

삶이 매 순간 전쟁이고, 사람은 전쟁터에 선 전사戰士라는 이야기다.

 

옛 사람들은 가만히 머물면서 관조하고 내버려두는

그런 삶을 바른 삶이라고 했는데,

가만히 있는 순간 시대에 뒤처지고, 조금 앞서 나간 말 한 마디에

남은 인생이 예기치 않게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것이 오늘 이시대의 흐름이다.

흑도 아니고, 백도 아니고,

최인훈 선생의 소설 <회색인> 같이 이것도 저것도 나서기 힘든

아니 나설 수가 없는 삶,

그 삶을 거부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삶은 정당하고, 그리고 현명한가?

 

현자賢者는 행동하지 않고 통치하며 말하지 않고 가르친다.

그는 만물에게 아무것도 거절하지 않지만

자기에게 복종시키지 않고서도 그들 하나하나에게 힘을 줄 수 있다.

그는 무엇인가를 미리 계획하고 행하지 않으며,

자신의 장점을 내세워 일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정점을 내세우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비난하고 적대시 하지 않을 것이다.“

노자의 <도덕경>에 실린 글이다.

이와 같이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것은 그냥 기대이고, 비람일 뿐이다.

오늘의 시대에는 가능하지 않다는 말이다.

노자의 말은 다시 이어진다.

만물은 자연스레 생성한다.”

노자의 말은 맞지만,

노자의 말과 같이 사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 인간의 참지 못하는 그 조급증 때문이다.

열자는 말했다.

현자는 마치 시체와도 같다.”

깨달은 사람은 어느 것에도, 동요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현자는 만인에 대해 냉담한데

그 이유는 사람의 일은 그 사람의 자유에 맡겨두고

일절 참견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자는 하늘과 땅은 비인격적이다.”고 하였고,

장자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말라,

그러면 만물이 선회하거나 진화 하리라.”고 하였으며

사람들은 마음이 동요 되어서도, 행동을 해서도 안 되며,

무엇보다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 되어 별들은 그들의 정해진 궤도를 돌고,

새들은 스스로 번식하듯, ‘스스로 개혁되기 위해서

사람이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으로 족하기 때문에,

사람이 아무것도 가르칠 필요가 없게 된다.’

고 말했다.

 

가능할까?

그렇게 사는 것이 가능하지 않기에

나의 삶도 당신의 삶과 같이 매 순간 고해苦海라는 것이다.

오늘은 어떤 고해의 강을 건너고,

내일은 또 어떤 슬픔과 기쁨의 강을 건너게 될까?




더 많이 배울수록 더 많은 곳을 여행하게 된다.

더 많이 배울수록 더 많은 곳을 여행하게 된다.

 

모든 것 다 내려놓고 떠난다.’

처음에는 가능한 일이 아니었는데,

이제 습관이 되었는지,

떠나는 순간, 두고 떠나온 일을

전체는 아니지만 상당수를 잊어버립니다.

왜냐하면, 내가 떠나는 순간,

내 곁이 있는 것 아니면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어느 것 한 가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행이라는 것,

인류가 시작되면서부터 인간에게 가장

창조적인 일이 여행이 아니었을까요?

신대륙을 발견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문물과 세상을 보고

여태 것과는 또 다른 것을 창조하기 위한 것이나,

놀라운 지혜를 발견하는 일, 깨달음을 위한 일,

아니면 세상으로부터의 도피를 위한 것일지라도

여행은 인간에게 수많은 영감과 영혼을 한 단계 상승시키는

경험과 해탈이라는 위대한 선물을 주는 것입니다.

그 여행을 두고 재미있는 견해를 피력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삶은 그가 처음 마음 열었던 단순한 심상 두세 가지를

예술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재발견해 나가려는 느리고 힘겨운 여행이다.“

<이방인>의 작가인 알베르 카뮈의 글입니다.

더 많이 읽을수록, 더 많은 지혜를 얻게 된다.

더 많이 배울수록 더 많은 곳을 여행하게 된다.”

에머슨의 말입니다.

 

진정한 여행자는 지루함을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즐긴다.

지루함이란 자유의 상징이고,

잉여의 자유를 뜻하기 때문이다.”

<멋진 신세계>를 지은 올더스 헉슬리의 말입니다.

 

여행은 어떤 한두 가지의 수학공식처럼 풀 수 없는

다채로운 무진장의 보물을 숨겨져 있는 미지의 섬이 아닐까요?

 

떠나면 돌아옵니다.

오고 가는 것, 그 속에 우리들의 삶과 죽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셀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반드시 돌아온다.

평화 뒤에는 소란이 돌아오고

악마들이 되돌아온다.

돌아오는 것을 슬퍼하지 말고, 현실로 받아들여라.

돌아오기 전까지 잠시 동안은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행복을 찾아, 그리고 어딘가에 숨어서

나를 기다리는 가슴 설레는 영감靈感

얻고 받아들이기 위해 떠납니다.

 

산이 높아 황제로부터 멀다.”

따뜻한 방에 술 한 주전자만 있으면

황제 다음으로 나밖에 없다.”

하늘은 사흘 맑은 날이 없고,

땅은 세 척 평평한 데가 없으며,

사람은 서푼의 은을 가진 사람이 없다.”

는 곳, 중국에서 가장 오지인 귀주성을 향해서




모든 것은 지나가고 또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 지는 것이니,

모든 것은 지나가고 또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 지는 것이니,

 

길다 면 길고, 짧다면 짧은 67일 간의 여정을

귀주와 운남, 그리고 연태를 돌아다니다가 돌아왔습니다.

명색이 우리 땅 걷기인데, 1월과 2월 사이, 거의 20 일 동안을

중국 땅을 답사했더니, 몇 분의 도반이

앞으로는 우리 땅 걷기가 아니라 남의 땅 걷기라고 칭해야겠다고,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의 땅을 자주 나가는 이유는 앞으로 건강할 날이 얼마까지일 줄 모르고,

그래서 내 나라 내 땅도 더 많이 답사해야겠지만 가고 싶은 곳을

한 군데라도 더 가고 싶은 욕망의 발로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여행은 종합 예술이라서, 자연과 역사, 문화, 그 중에서도

사람에 대해 배우고 익히는 것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인생 그 자체가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책이고, 그 중에서도 가장 완벽한

여행 책이며, 그 여행 중에 만나는 모든 사람은 인생이라는 여행 책 중에

등장하는 모든 주인공들입니다.

그 주인공들이 저마다 천태만상, 아닌 만태만상의 인격체를 갖춘 하나의

우주라서 마냥 기분 좋은 사람들만 만나는 것이 아닙니다.

같이 대화를 나누고 눈길만 스쳐도 행복한 사람이 있는 반면

눈길만 마주쳐도 불편한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열차에 탑승한

그 주인공들을 누구도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 둘 수밖에 없고,

가끔씩 가만히 관조밖에 할 수 밖에 없을 때가 있습니다.

에피쿠로스는 말했지요,

 

어느 한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지는 일 없이 늘 평형을 이루는 것,

그런 평형의 상태가 곧 아타락시아(Ataraxia)’인데,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상태, 혹은 그냥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다.”

 

에피쿠로스는 그의 작품 전체에서

언제나 그 평정의 상태 아타락시아(Ataraxia)’를 견지하고 살라 말했으며,

프란시스 베이컨은 더 구체적으로 말했지요,

 

전쟁과 피하기 어려운 죽음에 직면해서,

-아타락시아(Ataraxia)-‘ 조용한 마음으로 만사를 방관하는

이외에 나은 지혜는 없다.“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그 공식을 너무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가끔씩 흔들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서 평정을 잃을 때가 있습니다.

그 시간 또한 모든 것은 지나간다.‘ 는 세상의 진리 속에 금세 지나가고

추억만이 남습니다.

그래서 여행은 공부 중에 참 공부의 전당이자 학교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귀주의 만봉림과 운남의 나평을 수놓았던 노란 유채꽃,

점점이 들어선 작은 산 들,

그리고 폭포와 아름다운 길들,

몇 시간에 걸쳐 비행기를 타고 중국의 서쪽 끝자락 곤명에서

연태에 도착한 우리들을 기다렸던

서울 한정식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인간사 옳고 그름에 대해 말하지 않겠노라(不言人是非).

그저 꽃이 피고 지는 것만 바라다 볼뿐(但看花開落)“

이름을 알 수 없는 옛 시인의 글이 지금의 내 마음입니다.

 

여행을 함께했던 모든 도반들,

그리고 여행을 주관해준 황반장에게 깊은 감사의 말을 드립니다.

온 나라를 다시 떠돌다가 보면

여름답사가 우리들에게 성큼 다가오겠지요.,





희망, 이보다 더 아름다운 말이 또 있을까?

희망, 이보다 더 아름다운 말이 또 있을까?

 

인간을 살게 하는 가장 큰 요소는 꿈이고 희망이다.

그 희망마저 없다면 인생이 얼마나 삭막할까?

처음에는 가당치 않은 것 같지만,

그 꿈이 어느 순간 현실이 될 때가 있다.

남들이 보아서는 말도 안 되는 꿈이지만 그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 꿈이 꽃으로 피어나리라는 그 열망을 불태울 때

어느 순간 꿈이 이 지상에서 실현되는 것이다.

그 희망을 가장 알맞게 표현한 사람이 알렉산더대왕이었다.

 

인도에 원정을 가기 전에 알렉산더는 자기의 노예

전부를 해방시키고 자기의 영토를 전부 팔아버렸다.

그러자 사람들이 그에게 물었다

이제 당신에게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러자 알렉산더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 나에게는, 희망이 남아 있다.”

 

희망은 사람을 시들게 하지 않는 영원한 샘물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 꿈이 어느 순간 이루어질 때, 그런 때가 있다.

그 꿈 의 하나가 전주라는 도시의 정여립로에

정여립의 동상을 세우는 것이고,

그 행사의 일환으로 내일 출판기념회를 열고,

그리고 한강을 바로 보고 한강박물관을 세우기 위해

한강을 향해 먼 길을 떠나는 일이다.

그 모든 것이 꿈이고 희망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소설을 지은

밀란 쿤데라는 말했지.

희망, 이보다 더 아름다운 말이 또 있을까?”

 

아름답고도 설레는 말, 그 희망과 꿈을 위해

내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보다 더 진실하고, 그리운 것이 있을까.




한 밤 방안에 봄꽃 냄새가 가득하고,

한 밤 방안에 봄꽃 냄새가 가득하고,

 

앞일을 누가 알랴만,

내 생전에 집을 지을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오래 전에 책을 읽으며, 조선 집 한 채 날아갈 듯 지어놓고,

이런 정원하나 꾸미고 싶었던 사람의 마음을 이해했었지.

 

“”앞뜰에는 노적이 쌓여 있고, 뒤뜰에는 담장이 높직한데,

울밑으로 벌통 놓고, 잎 넓은 오동으로

정자亭子를 대신하고 송백심어 앞가리며,

사랑 앞에 파놓은 연못에는 석가산이 우뚝하다.

석가산 위에 아담한 초당을 지었는데, 네 귀에 풍경이 달렸으며,

바람 따라 쟁그렁 맑은 소리 들려오며,

연못 속의 금붕어는 물결 따라 뛰놀더라.

동편 뜨락 모란꽃은 봉오리가 반만 벌어지고,

철쭉과 진달래는 활짝 피었더니,

춘삼월 모진 바람에 모두 떨어졌으며,

서편 뜨락 앵두꽃은 담장 안에 곱게 피고,

영산홍, 자산홍은 바야흐로 한창이요,

매화꽃과 복사꽃도 철을 따라 만발하니,

사랑치레가 찬란하다.“

<옹고집전>에 실린 이런 정원의 모습이

이 한 밤에 눈에 선하게 떠오르는 것은 봄밤이라서 그런가?

 

그새 남녘에 매화꽃 만개했다는 소식 들리는데,

주말에 갈 선암사의 홍매화는 그 붉은 꽃망울을 어떻게 갈무리하고 있을까?

굴목이재 넘어가 만날 송광사의 절집들은 지금 적막에 쌓여 있겠지.

그리고 오후에 도착할 금둔사의 홍매화꽃, 바람에 점점이 흩날리고,

광양 옥룡사에 동백꽃은 흐드러졌겠지.

 

이런 저런 생각에 잠 못 이루고 다시 일어난 내 마음에

찾아드는 시 한 편이 있다.

 

비 내려 꽃이 피고, 바람 불어 꽃이 지니,

봄이 가고 가을이 옴도 이 가운데라.

지난밤에 바람 불고 비까지 내려,

배꽃은 만발했는데, 살구꽃이 지고 없네.“

권벽權擘<꽃이 피고 꽃이 지고(花開花落)>라는

시 한 편을 조용히 소리 내어 읽으니,

온 방안에 배꽃 냄새, 살구꽃 냄새가 가득하네.

머리가 어질어질하면서 아릿하게,....

 




지금 저건 무슨 소리죠? 바람이 무얼 하고 있죠?

지금 저건 무슨 소리죠? 바람이 무얼 하고 있죠?

 

세월은 금세 지나가지,

여기 저기 꽃이 피고, 그리고 지는가 싶은데,

금세 삼월이 가고 사월이 올 테지.

사월은 갈아엎는 달이라고

신동엽 시인은 노래했는데,

T.S. 엘리엇의 <황무지荒蕪地> 1

사자의 매장에서

한 술 더 떴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 자란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차라리 겨울은 우리를 따뜻하게 하였다.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감싸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을

키웠으니,“

 

바람도 세차고,

햇살 찬란한 사월을 기다려 피어나는 꽃들이

다시금 우수수 떨어질 때,

삶과 죽음은 함께 사이좋게 오고 가는 것,

그래서 그런지 엘리엇의

<체스놀이>라는 시는 우울하다 못해 처연하지.

 

저게 무슨 소리죠?”

문 밑을 지나는 바람 소리,

지금 저건 무슨 소리죠? 바람이 무얼 하고 있죠?”

아무 것도 하지 않아, 아무 것도,

아무것도 모르죠, 아무 것도 보지 못하죠,

아무 것도 기억 못하죠,“

 

저는 무얼 해야 할까요? 무얼 해야 할까요?

 

그리고 이렇게 마무리 짓지.

서두르세요, 문 닫을 시간입니다.” 안녕,

 

이렇게 삼월이 가고, 사월이 오는 소리 들리는데,

꽃 피고, 꽃 지는 소리 들리는데,

불길한 꿈들이 어둔 밤을 서성거리고,

이윽고, 여명이 밝아 올 테지,

그리고 나는 아침이 열리는 시간에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아무런 생각도 없이

책들을 쳐다보다가 문득 뽑아들고,

방안을 서성거리겠지.

 

봄은 봄인데, 어딘가 불안한 봄,

이 봄에도 어김없이 꽃은 피고 지는데,

 

나의 시작 속에 나의 끝이 있다.

나의 끝 속에 나의 시작이 있다.“

엘리엇은 노래하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