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저마다 기호식품이 있다. 나는 세 가지 검은 것을 좋아하고 먹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 연유 때문인지 머리숱도 많고, 기억력도 좋고, 눈도 좋다고 말하며, 그 좋아하는 세 가지 검은 것을 맞혀보라고 말한다. 이구동성으로, 검은 깨, 검은 콩, 검은 쌀 등을 이야기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세 가지 검은 것과는 전혀 다른 것들이다. 내가 좋아하는 첫 번째 것은, 콜라, 두 번째는 커피, 그렇게 말하면, 아하! 그러면서 세 번째 것은 그 누구도 맞추지 못한다. 그럴 수도 있다. 그것은 우리가 사서 먹는 기호식품이 아니라, 길을 걷다가 보면 숙명적으로 접할 수밖에 없는 것이 ‘매연煤煙’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매연바다 미세먼지가 더 극성을 부려, 한 가지를 더 추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길을 걷다가 그것도 오랜 시간 걷다가 마시는 콜라나 커피는 더 할 수 없는 청량함으로 나그네의 육체와 정신에 보약과 같은 역할을 한다. 2007년 관동대로를 따라 걸을 때, 자동차 소음과 매연 때문에 걷기가 힘들다고 하소연 하는 도반에게 소음은 아름다운 소네트나 협주곡으로 여기고, 매연은 보약처럼 여겨야 암이 안 생길 거라고 하면서 니체의 ‘운명애’를 들려주었었다. “인간의 위대성을 나타내는 나의 공식은 운명애이다. 필연적은 것은 감내하고 사랑해야 한다. 나는 앞으로 긍정하는 자가 되고자 한다. 눈길을 돌리는 것이 나의 유일한 부정이 될 것이다.“ 진실로 나는 그랬다. 내 상처와 절망을 이렇게 치유했다. 모든 것이 내 운명이다. 내 탓이다. 하고 모든 것 내려놓고 ‘걸으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쓰고, 쓰고서 온몸으로 실천했다.’ 그것이 책이 되고, 나라 사랑이 되어서 수많은 이야기들이 우리 국토위에 뚜렷이 새겨졌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만을 하다가 보니, 그 좋아하는 것들이 하나하나 열매를 맺기 시작했고, 그 길을 계속 걷고 또 걷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와 비슷한 말을 이미 오래 전에 버트란트 러셀이 했다. “나는 좋아하는 담배를 피우고, 좋아하는 것을 먹고, 좋아하는 것을 마신다. 나와 같이 타고 난 건강한 사람에게는 자기를 망각하는 것이 최상의 건강법이다. 이것이 나의 평생의 체험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나는 젊었을 때부터 담배는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들었다. 그러나 60년 동안 담배를 피웠지만, 수명을 그렇게 단축시킨 것 같지 않다. 노망해서 수년 간 더 사는 것 보다는, 담배를 피우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즐거움을 준다. 나는 쉬지 않고 담배를 피운다. 잠 잘 때와 식사 할 때만 파이프를 놓는다.” 저마다 다른 체질을 갖고 태어나기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는 담배가 해롭고, 어떤 사람에게는 담배가 이롭다.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에게는 콜라가 해롭지만 나에게는 콜라가 보약처럼 내 몸 안에서 작용해서 이렇게 건강하게 걷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수명 역시 마찬가지라서 그 누구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고, 건강도 역시 그렇다. 그 오랜 인류가 연구한 의술로도 생로병사는 마음대로 할 수가 없고, 단지 조금씩 조심하고 노력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살면서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연애하듯 하면서 살다가, 그 생이 다하는 날, 소풍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듯 돌아가면 잘 산 삶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