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자료 모음

영월과 경주에서 만나는 매월당 김시습

산중산담 2019. 6. 26. 16:13



영월과 경주에서 만나는 매월당 김시습,

영월과 경주에서 만나는 매월당 김시습,

 

한강답사가 정선과 평창을 지나 영월에 이르렀다.

비운의 임금 단종과 김삿갓의 자취가 서린 영월 문산 나루에서

일정을 마치고 다음은 영월 일대를 거닐게 될 것이다.

토요일 하루가 저물어 갈 무렵에 보았던 단종의 무덤 장릉과

위리안치 되었던 청령포, 그리고 자규루가 있는

열월을 찾았던 사람이 생육신의 한 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이었다.

 

단종이 귀양을 와서 머물렀던 청령포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우거진 곳으로

삼면이 깊은 강물로 둘러쌓여 있으며

한쪽은 벼랑이 솟아 있어 배로 강을 건너지 않으면

빠져나갈 수 없게 막힌 곳이다.

단종이 이곳에 머물러 있을 때

매월당 김시습이 두어 번 다녀갔다고 한다.

그래 매월당은 이곳에 와서

인생이 얼마나 뜬구름 같은가를 깨달았을 것이다.

 

나는 누구냐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다

미친 듯이 소리쳐 옛 사람에 물어보자

옛사람도 이랬더냐, 이게 아니더냐,

산아 네 말 물어보자, 나는 대체 누구란 말이냐,

그림자는 돌아다봤자 외로울 따름이고,

갈림길에서 눈물 흘렸던 것은 길이 막혔던 탓

삶이란 그 날 그날 주어지는 것이었으며,

살아생전의 희비애락은 물 위의 물줄 같은 것,

그리하여 말하지 않았던가,

이룩한 미완성 하나가 여기 있노라고

혼이여 돌아가자 어디인들 있을 데 없으랴,

 

단종이 유배되었던 해 여름 청령포가 홍수로 범람하자,

단종은 영월읍 영흥리에 있는 관풍헌觀風軒으로 옮겨졌다.

단종은 관풍헌에서 지내면서 동쪽에 있는

누각인 자규류子規樓에 자주 올라서 그의 처지를 시로 읊었다.

자규루는 지금은 시가지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지만

그 무렵에는 무성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단종이 이곳에서 지은 시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자규시이다.

 

"원통한 새가 되어서 제궁을 나오니

외로운 그림자 산중에 홀로 섰네

밤마다 잠들려 해도 잠 못 이루어

어느 때 되어야 이 한이 다 할까,

두견새 소리 그치고 조각달은 밝은데.

피눈물 흘러서 봄꽃은 붉다,

하늘도 애끓는 소리 듣지 못하는데

어찌하여 시름에 찬 내 귀에는 잘도 들리는가"

 

매월당 김시습의 자취를 찾아가는

경주기행, 그 기행에서 매월당 김시습의

자취를 얼마나 보게 될지,

혹시라도 만나게 된다면 술 한 잔 따라드릴 텐데,

 

사람은 가고 없어도 그 사람의 자취는 여기저기 남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