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변 단양에서의 하룻밤
"덧없는
이 한 때
남김없는 짤막한 시간
머언 산과 산
아득한 불빛 켜질 때
둘러봐도 가까운 곳 어디에도
인기척 없고 어스름만 짙어갈 때
오느냐
이 시간에 애린아
내 흐르는 눈물
그 눈물 속으로
내 내쉬는 탄식
그 탄식 속으로
네 넋이 오느냐 저녁놀 타고"
김지하 시인의 애린이라는 시의 일부분입니다.
남한강변 단양에서의 하룻밤
나는 먼 기억 속으로 길을 떠납니다.
어쩌면 기억 속에서도 아스라하거나
아니면 기억 속에서도 잊혀진
기억 속의 나.
나는 안개 자욱한 강변을 헤매는 중이고
그 길이 어떠한 희망도. 기다림도
아니 기다리는 '애린'도 없는
그래서 흐르는 눈물이 빗줄기처럼 흐르던
말 그대로 젊망 뿐인 시절이었지요.
그때. 나는 안개낀 강변을 걸으며 무엇을 갈망하고 무엇을 그리워 했을까요
바람 결에
물살은 출렁이며 흘러가고.
그 추억 속에 잠긴 시간이
저렇게 초침소리 속에 사라져가는 것을
가만히 주시하고 있을 뿐인 시간.
지금 어둠이 커튼처럼 드리운
남한강에도
그날처럼 바람은 무심하게 불고 있을까요?
임진년 구월 열사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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