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본 동학농민혁명의 현장,
오랜만에 정읍 일대의 동학농민혁명의 현장을 답사했다.
태인의 피향정, 만석보, 말목장터, 황토현 기념탑, 고부 관아등
1994년 동학농민혁명 백주년을 즈음하여 그렇게 많이 다녔던 역사의 현장,
그 현장들이 20여년의 세월이 지났어도 변한 것은 별로 없었다.
전두환 정권 당시 세웠던 황토현 기념관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절 많은 돈을 들여서 기념관을 다시 지은 것을 빼곤
더할 것도, 뺄 것도 별로 없는 동학의 현장에서
나는 수운 최제우 선생이 한울님으로부터 처음 들었다는 ‘오심즉여심吾心卽汝心,’
즉 ‘내 마음이 네 마음이고, 네 마음이 네 마음이다‘ 를 얘기했다.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한울님이 깃들어 있다는 얘기를 하면서도
세월의 무상함을 마음깊이 느낄 수밖에 없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 속에서
가만히 머물러 있거나 퇴보하고 있는 역사,
그 역사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그래도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 사람들의 진지함을 위해
나는 목청 높여 이야기하는데,
그 이야기 사이로 피던 꽃이며, 바람에 흔들리던 보리밭,
봄은 봄인데 봄 같지 않은 봄이라서 그런가?
스산하면서 설레던 마음속으로 파고들던 시 한 편이
정희성 시인의 정희성 시인의 시 <황토현에서 곰나루까지> 였다.
“이 겨울 갑오농민전쟁 전적지를 찾아
황토현에서 곰나루까지 더듬으며
나는 이 시대의 기묘한 대조법을 본다
우금치 동학혁명군 위령탑은
일본군 장교출신 박정희가 세웠고
황토현 녹두장군 기념관은 전두환이 세웠으니
광주항쟁 시민군 위령탑은 또
어떤 자가 세울 것인가
생각하며 지나는 마을마다
텃밭에 버려진 고추는 상기도 붉고
조병갑이 물세 받던 만석보는 흔적 없는데
고부 부안 흥덕 고창 농투사니들은 지금도
물세를 못 내겠다고 아우성치고
백마강가 신동엽시비 옆에는
반공순국지사 기념비도 세웠구나
아아 기막힌 대조법이여 모진 갈증이여
곰나루 바람 부는 모래펄에 서서
검불 모아 불을 싸지르고
싸늘한 성계육 한 점을 씹으며
박불똥이 건네주는 막걸리 한잔을 단숨에 켠다.“
내년이 두 번째 맞는 2014년 갑오년인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여
이 땅에 그 슬프고도 거룩한 역사를 다시금 되살릴 것인지,
아무런 대책도 계획도 세우지 못하는 현실을 생각하며
바라본 황토현 일대와 고부 일대가
어찌 그리도 흐릿하기만 하던지,
계사년 사월 스무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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