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에 미륵산 자락 길을 걸었습니다.
오랜만에 맑게 갠 하늘과 봄이 오는 길,
왕궁리 오층석탑에서 미륵사지를 지나 여산에 이르는 길,
그 가운데 자리 잡은 산이
미륵산입니다.
평지돌출의 산, 그 산 아래 미륵사지는
절은 사라지고 넓은 터만 남아 있으며,
상처로 얼룩진 미륵사지 석탑과
새로 지어진 미륵사지 동탑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만물의 순환에 따라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것이 순리인데
그 사라져 가고 허물어져 가는 것들이 어찌 그리 허무와 슬픔을 자아내는지,
그러면서도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기다린
미륵의 세상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것은 그 무슨 심사인지요.
그렇다면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우리가 도착할 밀그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석가모니는 <미륵삼부경彌勒三部經>에서 ‘용화세계龍華世界>의 모습을 인간들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이 세상에는 계두성(鷄頭城)이라는 커다란 도시가 생길 것이다. 동서의 길이는 12유순(由旬:1유순은 40리 정도)이고 남북은 7유순인데, 그 나라는 땅이 기름지고 풍족하여 많은 인구와 높은 문명으로 거리가 번성할 것이다.
향기로운 비를 내려 거리를 윤택하게 하고 낮이면 도시를 화창하게 하리라. 또 모든 것을 진리에 따라 움직이고 올바른 가르침을 어기지 않는 섭화(葉華)라는 나찰(羅刹) 귀신이 있는데, 이 나찰은 사람들이 잠든 다음 더럽고 나쁜 물건들을 치워 주고 향즙(香汁)을 땅 위에 뿌려서 온 도시를 지극히 향기롭고 깨끗해서 아름답게 해주리라.
저때에 염부제(염浮提:인간 세계의 총칭·현세의 뜻)의 땅 넓이는 동서남북이 10만 유순이나 될 것이며 산과 개울과 절벽은 저절로 무너져서 다 없어지고, 4대해(大海)의 물은 각각 동서남북으로 나뉘어지느리라.
대지는 평탄하고 거울처럼 맑고 깨끗하며, 곡식이 풍족하고 인구가 번창하고 갖가지 보배가 수없이 많으며, 마을과 마을이 잇달아 닭이 우는 소리가 서로 들리느니라. 아름답지 못한 꽃과 맛이 없는 과실나무는 다 말라서 없어지고, 추하고 악한 것 또한 스스로 다 없어져서, 달고 맛좋은 과실과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만 자라느리라.
그때의 기후는 아주 알맞게 화창하며 4시의 계절이 순조로와서 백 여덟가지 질명이 없고, 탐내는 마음과 성내는 마음과 어리석은 마음의 탐진치(貪瞋癡) 삼독번뇌(三毒煩惱)가 크게 드러나지 않고 은근하여서 사람들의 마음도 어긋남이 없이 고루 똑같아서 만나면 서로 즐거워하고 착하고 아름다운 말만 주고받으며, 뜻이 서로 다르거나 어긋나는 말이 없어서, 울단월(鬱單越:극락 세계) 세계에 사는 것과 같으니라.
그 때에 염부제 사람들은 사람마다 몸의 크기에는 크고 작은 차이가 있으나 목소리에는 차이가 없으며 대소변을 보고자 할 때는 땅이 저절로 열려지고, 일을 본 뒤에는 땅이 다시 합쳐지느니라. 또 그때는 논에 모를 꽂지 않아도 저절로 쌀이 생겨 나오는데, 껍질이 없고 향기로워서 먹은 뒤에 병들어 고생하는 일이 없느니라.
그리고 이른바 진귀한 보물이라고 하던 금·은이며 자거(자거)·마노(마노)·진주·호박이 길바닥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지만 주워가는 사람이 하나도 없느니라. 옛날에 사람들이 이것으로 말미암아 서로 싸우고 죽이며 잡혀가고 옥에 갇히고 무수한 고통이 있었는데 이제는 부귀가 쓸모
없는 돌조각과 같아서 아끼고 탐내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하더라
저 때가 되면 나라들의 땅이 기름지고 풍족하며 좋은 집들이 즐비한 마을과 마을이 들어서 그 마을들에 닭 우는 소리가 접해 있으리라.
우거진 숲에는 나무에 꽃이 만발하고 만다라의 꽃이 비처럼 내리는데, 이따금씩 바람이 불어 악한 것이 모두 사라지고...... 금은보화와...... 싸움도...... 고통도...... 쓸모없는 돌조각과 같다고 하리라.“
이러한 나라가 과연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도래할 수 있을까요?
아닐 것이라고 고개 설레설레 흔들면서도 그날을 기다리는 것은
내가 너무 순진해서 그런가요.?
아니면 내 삶이 너무 절실해서 그런가요?
오늘 밤에는 꿈속에서라도 그런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리는 그 미륵의 세상에서,
계사년 사월 초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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