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폭군의 신민
폭군치하의 신민은 대개 폭군보다 더 포악하다. 폭군의 폭정으로도 폭군 치하의 신민들의 욕망을 채워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폭군의 신민들은 폭정이 타인의 머리 위에 떨어지기만을 바라고 그것을 보고 기뻐하며, 남의 참혹함을 자신의 오락으로 삼고, 남의 고통을 구경거리로 삼으면서 위안한다.
운좋게 걸려들지 않는 것만이 그 자신의 재간이다.
죽는 자는 '으악'하고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살아 있는 자는 희열을 느낀다. 그 '으악'소리를 들으며...
33 관용이 미덕인가
나도 가끔은 관용이 미덕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금세 의문이 떠오른다.
관용이 미덕이라는 것, 비겁자가 생각해 낸 것은 아닐까? 보복할 용기가 없는 비겁자가 생각해 낸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이 것이 아니라면 비겁한 악인이 생각해 낸 것으로, 자기는 남에게 위해를 가하면서도 남이 보복을 받는 것을 두려워 관용이라는 미명으로 기만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35 여름 벌레 셋 - 벼룩.모기. 파리
누가 나에게 세가지 벌레중 어느 것을 제일 사랑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벼룩이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벼룩은 피를 빨아 먹는다. 이 점이 가증스럽기는 하다. 그러나 아무 소리 없이 단도직업적으로 빨아 먹는 것은 솔직하고 시원시원하다.
그런데 모기는 그렇지 않다. 단번에 피부를 쿡 찌르는 면에서는 어느 정도 철저하다고 할 수 있지만, 찌르기전에 왱왱거리며 일장연설을 늘어 놓은 것이 딱 질색이다.
산새나 사슴은 사람에게 잡히게 되면 시시각각 도망칠 궁리만한 한다.
파리는 한참을 윙윙거리다가 내려 앉아서는 몸의 기름이나 땀을 조금 핧을 뿐이며, 간혹 상처나 부스럼을 만나면 횡재를 하기도 한다.
파리는 아무리 좋고 아름답고 깨끗한 것일지라도 가리지 않고 파리똥을 갈기길 좋아한다.
그러나 그들은 땀이나 핥아먹을 뿐이거나 오물을 떨어뜨릴 뿐이어서 감각이 마비된 사람들은 찔리는 듯한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그대로 내버려 두게된다.
그러나 파리는 좋고 아름답고 깨끗한 것에 똥을 싼 후에 득의 만만해하며 도리어 그것이 불결하다고 비웃는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고금의 군자들은 남을 욕하며 늘 짐승에 비유하곤 한다.
그런데 몰랐구나 벌레에게도 이렇듯 배울 것이 많다느 것을
46 내 <반동>자식들을 보며
온순하고 잘 웃지 않으며 말수가 적고 ㄹ\날뛰지 않는 쪽은 중국아이들이고, 건강하고 활달하고 낯을 가리지 않고 소리치며 뛰어노는 쪽은 일본 아이들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다. 전에 일본인 사진관에서 그애 사진을 찍었을 때는 개구장이티가 역역한 것이 꼭 일본 아이 같았다.
그뒤 중국인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었을 때는 주눅이 들고 온순한 것이 영락없는 중국아이였다.
... 이리하여 온순하고 주눅이 든 순간에 셔터를 누르면 중국아이 모습이 되고, 활달하고 응석을 부리는 순간에 찍으면 일본 아이 모습이 되는 것이다.
온순한 것이 결코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발전되어 무슨 일에서나 온순하기만 하다면, 이것은 오히려 바보라 해야 할 것이다.
... 그러나 중국인들은 그저 온순한 것, 情적인 측면만이 발전되어 있다... 설사 그것이 중국 고유의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장점이 있다면 배워야 한다. 그 선생이 우리의 원수라 할지라도 우리는 그에게서 배워야 한다.
... 모방을 잘 하는 것은 결코 단점이 아니며 우리가 배워야 할 바다. 모방을 잘한데다 창조하면 더욱 좋지 않겠는가?
50 물의 속성
물의속성을 안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안다는 것인지 자세히 알아 본다
첫째 : 불이 사람을 태워죽이듯이 물은 사람을 익사 시킨다. 물이 부드러운 외양을 하고 있어 접근하기 쉬운 것처럼 보여 쉽게 속아 넘어 갈 수 있다.
둘째 : 사람을 뜨게도 한다. 물을 다루는 방법은 물이 사람을 뜨게 하는 성질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 물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으로 이것에 익숙해지면 물의 속성을 아는 일이 끝나게 된다.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물은 수영을 못하는 사람을 익사시키는 성질이 있음을 아는 것이다. ... 괜시리 진보적 비평가의 환심이나 사기위해 턱없는 호언장담이나 늘어 놓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52 선두와 꼴찌
선두를 다투지 않으며 꼴찌를 부끄러워 하지 않아야 한다.
중국인들은 싸움에 앞장서지 않으려 하고.... 그래서 무슨일이든 개혁하기가 쉽지 않다. 모두가 선구자나 기수가 되려하지 않는다.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이 도가에서 말하듯 그렇게 초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인간은 오히려 욕망의 덩어리이다. 이러한 욕망을 차마 정면으로 도려낼 수 없기에 인간은 음모와 술수를 동원한다.
... 부끄러워 않는 사람이 많은 민족은 어떤 일에서건 흙이 무너지고 기와가 깨지듯 그렇게 일시에 무너지지는 않는다.
우승자를 존경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뒤떨어졌으되 기어이 결승점까지 달려가는 주자와 그런 주자를 진지하게 보는 관객, 그들이야 말로 중국의 미래의 대들보이리라.
55 야수훈련법
무력으로 다루는 것을 이른바 패도라 한다.... 조련사는 야수들의 신임을 얻고서야 조련을 시작할 수 있다.
야수 훈련법은 牧民法과도 통한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백성을 다스리는 인물을 가리켜 목미관이라 하였다.
그러나 이 치다(牧)라는 말은 양이나 소에 해당하는 말이다. 이들은 야수에 비하면야 훨씬 겁 많고 약하기에 꼭 <신임>에만 의지할 필요는 없다. 주먹을 같이 써도 무방하다. 이것이 바로 지배자의 <위신>을 당당이 세우는 방법이다.
57 양과 고슴도치
염소는 호양보다 청명하여 양 때를 이끌 수 있고, 잘 데리고 다닐 수 있는 까닭에 목축가들이 호양의 길잡이로만 쓸 뿐 잡지는 않는다고 한다.
... 양은 어쨌든 양이다. 길게 줄을 지어 순종하여 걷지 않고 무슨 다른 방도가 있겠는가. 그대는 돼지를 보지 못했는가? 늘어빼고 도망하고, 쾍쾍거리고 날뛰다가도 끝내는 가야할 곳으로 끌려가며, 그러한 폭동은 공연히 힘만 뺄 뿐이지 않던가?
... 멧돼지는 이(齒) 두개만 가지고도 노련한 사냥꾼을 물러서게 한다. 이런 단단한 이는 돼지가 우리를 뛰쳐나와 야산에 들어가기만 하면 금새 돋아나기 마련이다.
... 고슴도치들이 서로간의 거리를 지키는 것은 아프기 때문이다. 남이 소리를 쳐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슴도치들 사이에 가시가 없는 다른 것이 끼어 있다면 아무리 소리를 치더라고 비비고 들 것이다.
... 백성들이 부상을 입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는 그대만이 가시가 없어 그들로 하여금 적당한 거리를 지키도록 하지 못한 탓이다.
63 전사와 파리
사람의 위대함을 평가함에 있어 정신의 위대함과 체격의방대함을 재는 법칙은 정반대이다. 전자는 거리가 멀수록 커 보이고, 후자는 멀수록 작아 보인다.
전사가 죽었을 때 파리들이 맨먼저 발견하는 것은 그의 결점과 상처이다.... 분명 아직 누구도 파리의 결점과 상처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결점이 있더라도 전사는 전사이며, 아무리 완전하더라도 파리는 어디까지나 파리이다.
가거라 파리들아! 아무리 날개가 있어도 아무리 왱왱거려도 너희들이 결코 전사를 초월 할 수는 없다.
65 생명의 길, 진보의 길
생명의 길은 진보의 길이다. ... 생명은 이때문에 뒤로 물러서지는 않는다. ... 완전을 갈망하는 인간의 잠재력을 이러한 가시덤불을 딛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길이란 무엇이었던가? 없던 곳을 밟고 지나감으로써 생기는 것이 바로 길 아니던가. 가시덤블을 개척함이 아니던가.
길은 옛부터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할 것이다. 생명은 진보적이고 낙천적이다. 그러기에 인류는 결코 쓸쓸하지 않을진저.
70 노라는 집을 나간 뒤 어떻게 되었는가
깨어난 인형 - 자기는 남편의 인형이고 아이들은 그녀의 인형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 나는 지금 당신에게 완전한 자우를 주겠쇼. 떠나든 말든 그건 당신 자신에게 달렸고, 그 책임도 당신이 져야 한다.
꿈에서 깨어난다는 것 :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꿈에서 깨어났을 때 갈 길이 없는 것입니다. ... 거짓말과 꿈의 위력을 여기서 볼 수 있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가령, 길을 찾지 못했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히려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꿈은 절대 꾸지 말아야 합니다. ... 그 희망을 위해 사람들은 자신의 감각을 더욱 날카롭게 하여 자기의 고통을 더 깊이 느껴야 합니다. ... 길을 찾지 못했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꿈이지만 그것은 미래에 대한 꿈이 아니라 현재에 대한 꿈이라고 말입니다.
... 식전과 식후가 왕왕 다른 법이지요. 무릇 밥은 돈을 주어야 사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돈소리 하는 것을 비천하다고 하는 인간들은 그들의 뱃속에 틀림없이 아직 소화되지 않는 고기와 생선이 남아 있는 부류들일 것입니다.
... 그렇기 때문에 노라를 위해서는 돈, 고상한 말로 경제가 제일 중요합니다. 자유는 물론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만, 자유가 돈에 팔릴수는 있습니다.
망각이라는 것이 있기에 자기가 겪은 고통에서 점차 해탈할 수 있기도 하지만, 망각이라는 것 때문에 왕왕 앞사람들이 범한 오류를 다시 범하게 됩니다.
92 얕은 못의 물일지라도 바다를 본받을 수 있나니
한 익명의 편지에서 '돌조각이나 헤아려라'는 말을 들었다. 아마 재주가 없거든 개혁을 제창하지 말고 돌조각이나 헤아리라는 게 나을 거라는 뜻인 듯하다.
... 인간과 원숭이의 조상은 하나라는 학설은 조금도 의심할 바가 없다고 여긴다. 그러나 왜 고대의 원숭이들이 다들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원숭이의 후손으로 남아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되어있는지 모르겠다. 일어서서 사람의 말을 배울려고 했던 녀석이 하나도 없었던가?
아니면 몇마리 있었는데 원숭이 사회에서 그들이 이단이라고 공격하면서 물어 죽였기 때문에 끝내 진화하지 못한 탓일까?
...앞으로도 계속 횃불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유일한 빛이 될 것이다. 만일 횃불이 나타나고 태양이 솟아 오르면 우리들은 물론 기꺼이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아무 불평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같이 기뻐하면서 그 횃불과 태양을 찬미할 것이다.
그것이 나와 인류를 환히 비추어 주기 때문이다.
...얕은 못의 물일지라도 바다를 본받을 수 있다. 다 같은 물이기에 서로 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이 뒤에서 돌맹이질을 하든 구정물을 퍼붓든 내버려 두어라.
95 느낌의 단편들
4. 명망있는 학자와 이야기를 할 때는 상대방의 말 가운데 군데군데이해가 되지 않는 척해야 한다.
너무 모르면 업신여기게 되고, 너무 잘 알면 미워한다. 군데군데 모르는 정도가 서로에게 가장 적합히다.
6.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은 복고룰 주장하고 현재 잘 사는 사람들은 현상유지를 주장하며 아직 잘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은 혁신을 주장한다.
104 받들어 올리기와 내려 파기
영리한 사람들은 물론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받들어 올린다. ... 그러나 보통사람들은 대개 해를 모면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 애초에 물이 처음 범람했을 때 둑을 쌓아 올리지 말고 강바닥을 내리 팠더라면 이런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금송아지를 바라는 자에게는 황금박쥐는 커녕 죽은 쥐도 주지말아야 한다. 그러면 그런 생일잔치도 마련하지 않을 것이다. 생일을 축하하러 가지 않는 것만해도 그야말로 일대 쾌거다.(쥐띠해에 받은 황금박쥐가 계속 금송아지가 되고...)
... 복이 저절로 굴러들게 하는 길은 내려 파는 방법이다. 사실 어느쪾이나 드는 힘은 비슷하다. 그런데도 타성에 젖은 사람은 역시 받들어 올리는 쪽이 힘이 덜 든다고 생각하고 있다.
113 경험
...이것이 쌓이고 쌓여 초보적인 기록으로 되었고 후에는 본처강목이라는 방대한 책을 이루게 된 것이다. 책으로 엮어지기까지 치른 희생이 얼마나 컸을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데 또같은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얻어진 것이라 해도 후대 사람들에게 도리어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도 있다.
'남의 돌림병에 상관말고 제 감기에나 신경써라''관청문이 아무리 활짝열려 있어도 돈 없으면 따지러 가지 마라' 는 속담이다.
요컨데 경험을 통해 얻어진 결과는 선이건 악이건 큰 회생을 요구되며, 어떤 작은 사건이라도 놀랄 만큼의 비싼 대가가 드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경험은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소유할 수는 없다. ... 이런 글들을 계속 쓰는 것도 이런 작은 경험들의 결과이다.
121 청년과 지도자
전진하려는 청년들은 대체로 지도자를 찾고 있다. 그러나 단어하건대 그들은 영원히 지도자를 찾지 못할 것이다.찾지 못하는 것이 도리어 행운이다.
자기 스스로를 아는 자라면 지도자의 자리를 사양할 것이다. ... 정말 길을 알고 있다면 자신은 벌써 자기의 목표를 향해 전진하였을 것이고, 지도자입네하며 무사태평하게 있을 리가 없다. ...차라리 벗을 찾아 단결하여 이것이 바로 생존의 길이라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는 것이 나으리라. ...이미 가시덤블로 막혀있는 길을 찾아 무엇하리.. 너절한 스승을 찾아 무엇할 것인가?
123 무엇을 사랑하든, 독사처럼 칭칭 감겨들어라
인간은 눈물이 있기에 동물보다 진화하였다, 그러나 또한 이 눈물때문에 진화하지 못하였다. ... 현세를 싫어하는 인간들이 아직도 현세에 살고 있다. 이들이야 말로 현세의 원수다. 그들이 하루 머물러 있으면 그 하루만큼의 구원이 늦는다. 이전에 현세에서 살기를 원하였으되 살지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용감한 자는 분노하면 칼을 빼어들고서 자기보다 강한 자에게 달려든다. 비겁한자는 분노하면 칼을 뺴어들고서 자기보다 약한 자에게 달려든다.
127 청년아 나를 딛고 나아가라
種의 지속, 즉 생명의 연속은 크나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 왜 지속해야 하는가? 진화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진화의 과정에는 신진대사가 필요하다. 따라서 새로운 것은 기쁘고 용감하여 앞으로 나아간다. 장년이나 낡은 것도 역시 기쁘고 용감하게 나아간다. 곧 죽음을 나아간다. 각자가 이 길을 걷는 것이 진화다.
늙은 사람은 길을 비켜주면서 길을 재촉하고 격려해 주면 나아가게 한다. 도중에 구멍이 있으면 죽어 그것을 매우면서 그들을 가게 해야한다.
청년들은 자기를 가게 하기위해 구멍은 메원준 노인에게 감사해야하며 노인도 자기가 메운 구멍위를 지나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청년들에 감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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