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소로는 월든의 숲속에서 2년 2개월만 살다가 되돌아왔다. 왜 그랬을까? 소로의 말로는 가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처럼 와야 할 이유도 있었다. 2년이 되자 숲속의 생활도 습관이 되어갔다. 그가 그곳에서 살기 시작한지 일주일도 안 되어 오두막에서 물가에까지 걸어 다니는 길이 생기더라는 것이다. 습관은 창조성을 죽일 위험이 있다. 소로가 그 숲속에서 깨달은 것 중의 한 가지가 사람은 자기가 꾸었던 꿈의 방향으로 굳건히 나아가면 평범한 환경에서도 뜻밖의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단순하게 살면 살수록 성공의 확률은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하게 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하게 사는 것이 어려운 것은 사람은 누구나 다 생각이 너무 많기 때문이고 순간순간 다른 생각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문득 환청처럼 <햄릿>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길 보게, 붉은 망토를 걸친 아침이 저편 동녘 산마루의 이슬을 밟으며 건너오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희망의 그림자인가? 절망의 그림자인가? 10-8 세계 제 2차 세계대전의 영웅 원스턴 처칠은 풍경화를 잘 그렸다. 처칠을 보고 친구가 말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 세상을 사는데 그래도 희망은 사람이라고 여기면서도 사람 때문에 상처 받고 절망하는 것 10-9 바로 곁에 있는 넓은 세상이 있는데, 그 넓은 세상은 보지 못하고 문종이에 애꿎은 몸뚱이만 부딪치는 한 마리 벌처럼 인간이 살아가는 도처에 길이 있지만 내가 진실로 가고자 하는 길은 대부분 닫혀 있다. 그래서 승자투창과 비슷한 경구가 전해져 온다. “빛을 좇아 창호지로 달려들지만 뚫고 나갈 곳을 찾지 못한 게 몇 번이던가. 홀연히 왔던 길을 되돌아보면 평생을 속고 살았음을 비로소 알게 되리라.“ 내일이면 나아지리라, 그때까지 참으며 살아도 내일은 다시 그 내일에 불과하다. 속고 속아서 사는 이 세상, 10-14 사람이 구름을 좋아하는 것은 인생 역시 하늘에 떠가는 구름과 같은 것이라서 그런 것은 아닐까. 어젯밤 꿈만이 아니라, 오늘 낮 꿈도 깨고 나면 꿈이듯 생성하고 흐르다가 소멸하는 것 또한 구름의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구름의 소명이자 숙명이다. 길이고, 강이고, 바다고 간에 구름이 있어야 산이 산 같고, 길이 길 같고, 바다가 바다 같은 것은 구름과 서로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간간이 비를 내리기도 하고, 눈을 내리기도 하며 세상에 이로움을 주는 구름, 그 구름을 가장 잘 묘사한 사람이 독일의 작가인 헤르만 헤세였다. “구름은 희롱이고 눈의 위안이다. 축복이며 신의 선물이고 분노이면서 죽음의 힘이다. 구름은 갓난아기의 마음과 같이 순하고 부드럽고 평온하다. 구름은 얇게 층을 이루어 은색으로 떠돈다. 구름은 가장 자리를 금빛으로 물들이고 웃음 지으며 하얗게 줄달음친다. 구름은 노랑, 빨강의 물빛을 띠고서 한동안 쉰다. 구름은 날뛰는 기수와 같이 똑바로 바람을 일이키며 내닫는다. 구름은 우울한 은자와 같이 슬픈 꿈을 아쉬워하면서 바랜 하늘에 걸린다. 구름은 행복한 섬 모양을, 축복받은 천사의 모습을 띤다. 그런가하면 협박하는 손, 펄럭이는 돛. 낳아가는 학으로 변한다. 구름은 신의 하늘나라와 가련한 땅 사이의 그 두 쪽에 있으면서 모든 인간의 그리움과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둥둥 떠다닌다. 말하자면 대의의 꿈이다. 자신도 구름으로서 방랑하면서 어디 가다 한 군데 머무르지 않고 영원과의 사이를 방랑하명서, 인생을 살아가리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10-16
"자네도 인물화를 그려보게. 늘 풍경만 그리면 심심하잖아."
처칠은 빙그레 웃으며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사람을 그리면 말이 많지. 그대신 나무나 풀은 아무렇게나 그려도 불평하는 법이 없네."
사람. 너무 가까워도 문제고 너무 멀어도 문제다.
그것이 고금의 일이고 지금의 일이다.
희망이자 절망인 사람 그래도 그리운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이 세상이고 그것이 곧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
ㅗ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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