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정해진 운명이 있다.
그 운명을 감내하고 사랑하며 사는 사람도 있지만
그 운명을 싫어하여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도 있다.
나 역시 그 운명에서 벗어나고자 오랫동안 안간힘을 썼지만
그 운명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오랜 번민의 밤과 절망의 밤을 견디어 낸 후에야
나의 운명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있다고도 하고 없다고도 하는 그 운명이란 무엇일까?
“나는 용의주도하기보다는 과단성이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운명의 신은 여신이라 그녀를 내 것으로 만들려면
더러는 때려눕히기도 하고, 밀어 쓰러뜨리기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운명은 냉정하게 구는 사람보다 이런 사람들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것 같다.
요컨대 운명은 여자를 닮아서 젊은이의 편이다.
왜냐하면 젊은이는 신중하게 일을 진행하지 않고, 민첩하고 신속하게
그리고 대담하게 여자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에 실린 글이다.
마키아벨리의 말에 의하면 신중한 사람보다 과감하고 능동적인 사람이
그 운명을 지배한다는 말인데, 그 말은 대체적으로 맞는 듯싶다.
일을 저질러야 승과 패가 있지 머뭇거리기만 하다보면
시도도 하지 못하고 끝나버리고 놓쳐버리는 일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 운명의 키에 맞추어 나의 노래를 부르리라.
나는 오직 내 방식대로 노래한다.
내 노래가 아니라면 절대로 부르지 않을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말이다.
어차피 태어난 인생, 아무리 운명의 화살이 겁이 날지라도
그 화살을 피하고 뚫고 나아가야 하는 것이 인간의 지고지순한 사명이자
운명인 것이다.
“영원토록 참아 견뎌야 하는 나의 괴로움,
뜬세상의 쾌락을 맛보며
시원한 그늘에서 쉬는 날은
정말로 그 어느 날인가?
아침이면 아침마다 다만 나는
괴로움과 걱정 속에 눈을 뜨고
이 몸의 운명은 기구하기도 해라.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일 뿐,
하지만 이 세상엔 복이 많아서
불행을 모르는 사람도 많이 있고,
운명의 신은 나에게 하는 것처럼
무거운 짐을 지게 하지도 않네.
기쁨과 위로를 함께 맛보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먹고 마시고는 영광스런
귀한 사람들과 어울려 사네.
아아, 살아 있는 자는 모두,
원인도 모르고 귀한 정액精液의
작디작은 물방울이어서
그 근원은 마찬가지일세.
그렇다면 나와의 차이도
식초와 달콤한 숲의 향기처럼
심하게 다르지는 않을 것을!
하지만 전지전능하신 신이여,
조금도 당신을 원망하지 않으리.
당신의 법도法度는 올바르며
당신의 정의는 틀리지 않네.“
<아라비안 나이트>의 “선원 신드바드와 짐꾼 신드바드‘에 실린 노래 말이다.
이렇듯 운명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어서
어떤 사람은 그 운명에 감사하고 어떤 사람은 그 운명을 서러워하며 살아간다.
누구를 어느 시기에 만나는 것도,
헤어지는 것도 이미 정해진 운명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자기 운명을 사랑하는 일,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일이며 현명한 일이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 그게 싫든 좋든 나의 운명이다.
에픽테토스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것이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나 맨 처음 숨을 쉬었을 때,
이미 예정된 죽음을 향해 한 발짝 떼어놓은 것이며,
공사 간의 모든 일은 원인에서 원인을 거듭하여
줄곧 지속되어 신의 뜻에 따라 결정되어 있는 하나의 긴 연속이다.”
모든 살아 있는 사물은 태어나자마자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다.
그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그게 정해진 운명이다.
모든 것의 마지막이 죽음이고 그것이 가장 공평한 것이다.
그렇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삶은 겸허하게 조금씩 내려놓고 살아야 하는 그 무엇‘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당신의 지금 생각은 어떤가?
병신년 오월 스무사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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