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2

약속約束에 대해 생각한다.

산중산담 2016. 11. 30. 19:20

 

약속約束에 대해 생각한다.

 

 

약속約束에 대해 생각한다.

장래의 일을 상대방과 미리 정하여 어기지 않을 것을 다짐함:

이라고 국어사전에 실린 약속,

상대가 있는 약속도 중요하지만 내가 나 자신과 다짐하거나

맺는 약속이 더욱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옛 사람들은 어떤 약속을 중요시 했는가?

나에게 있어서의 아름다움,

즉 나의 영혼에 있어 필요한 성격을 약속하는 것,

그것은 관능적인 매력을 초월한 것이다.

관능적인 매력이란 하나의 특별한 매력에 불과할 뿐이다.”

스탕달의 <연애론>에 실린 글이다.

스탕달의 이 말에 덧 붙여서 알베르 카뮈는

<작가 수첩>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아름다움은 행복의 약속이라고 스탕달에 이어 니체가 말했다.

그러나 그 행복 자체가 없다면,

아름다움이 무엇을 약속할 수 있을까?”

 

이처럼 약속이란 서로의 행복, 아니 자신의 행복을 위한

하나의 장치 일수도 있고, 자신을 통제하면서

어느 순간에 더 자유롭게 될 통과 의례일지도 모르겠다.

 

온당하지 않은 약속은 무효이다.” 라는 말이 있다.

약속은 서로의 신뢰 속에서 이루어지는 마음까지도 서로 허여許與하는

최상의 믿음이다. 그러므로 서로 한 점 의심이 없이 주고 받을 때

이어진다는 것이다.

 

나는 약속을 정확히 지킬 수 없어요. 항상 늦죠,

나는 시간을 지배하고 싶어요.,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려는

솔직하고 선한 의지는 있지만, 주변 세계 혹은 내 육체가

늘 이러한 의지를 꺾어 내 연약함을 증명하죠.

이것이 아마 내 질병의 뿌리일지도 몰라요.,”

프란츠 카프카의 말이다.

 

약속을 지킨다는 것, 그것이 항상 어렵다.

왜냐하면 시간 속에서 인간은 항상 방황하기 때문이고,

어느 날, 어느 시간에 문득 또 다른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상대방과 맺은 약속도 중요하지만

내가 나 자신과 맺은 약속,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은 그 만큼 더 어렵다.

나 역시 어린 시절 나하고 맺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매일 글을 쓰고, 매일 떠나고, 매일 돌아오고

그게 나의 일상이다. 그런데 가끔씩 예기치 않은 일이나 여행,

그리고 여행지에서 인터넷이 안 될 때 글을 못 쓰는 고통,

그게 그처럼 나를 옭아 맬 때가 있다.

내가 나하고 맺은 그 약속이 나를 구속하는 것이다.

여행 내내 나를 괴롭히고 구속하는 것,

 

우리들은 희망을 걸어 약속을 하고,

근심 때문에 약속을 지킨다.”

"나는 이런 삶을 살아야겠다." 

 

이것이 약속의 불편한 함정이지만,

그 약속을 되도록 지키는 것이

자신도 편하고 타인도 편하고, 하나하나 이루어가는 기쁨이 아닐까?

 

당신은 자신과 어떤 약속을 하고서 지켜나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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