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2

아름다움이란, 무서움의 시작,

산중산담 2016. 11. 30. 19:23

 

아름다움이란, 무서움의 시작,

 

 

이 지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어렵기 때문에

순간순간 만나는 기적 같은 일들이 더욱 더 소중하고,

그 순간이 인생 전체와 같다고 느끼며 살아갈 때

그 삶이 전적으로 그 자신의 삶이 되는 것이며

범 우주적인 것으로 환원되는 것이다.

 

이 세상의 하 많은 날들 중에 오늘 나의 여정은

담양의 정자문화권을 답사하는 여정으로 운명 지워졌다.

담양의 명옥헌의 배롱나무 꽃, 송강정, 환벽당,

그리고 그림자도 쉬어간다는 식영정,

그곳이 오늘의 놀이터이자 배움터인데, 어떻게 놀 것인가?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등을 지은 임마누엘 칸트는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내가 그것을 더욱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생각하면 할수록

내 마음을 그만큼 새롭고 더 증대되는 경탄과 외경심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 두 가지 있다.

내 머리 위에 별이 빛나는 하늘,

그리고 내 마음의 도덕률

빈틈없는 일생을 살면서 산책과 저술활동에 몰두했던 칸트는

너무 도덕적인 말을 남겼는데,

나나 당신처럼 놀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세상의 훌륭한 것들과 만나라.

폭넓은 흥미를 갖고 추구한 지식이 깊어질수록 인생의 기쁨은 늘어난다.

인생을 잘 살아가는 비결은 이 세상의 굉장한 것들을 음미하는 기술에 있다.

인간에게는 자연계의 모든 요소가 들어 있다.

조물주가 인간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인간은 심미안을 높이고 지성을 키워 최선을 다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충분히 음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독일의 철학자인 쇼펜하우어의 <세상을 보는 지혜>에 실린 글이다.

 

쇼펜하우어는 순간순간 만나는 모든 사물을 음미하고 경탄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내가 외친다한들 천사의 반열에서 어느 누구가

나의 외침을 들을 것이냐. 설령 그 중 하나가 돌연

나를 그의 가슴에 당기어도 나는 그 벅찬 존재로 하여

까무러치고 말 것을, 그렇다는 것은 아름다움이란,

무서움의 시작, 그를 우리는 겨우 견디며, 우리를

부시는 일 조차 서늘히 우습게 아는 그에 경탄한다.

천사는 모두 무서운 존재인 것이다.“

릴케가 <두이노의 비가>에서 말한 바와 같이

아름다움 앞에서 경탄하고 까무러치는 것이

아름다움 앞에서 인간이 취해야 하는 가장 정직한 행동인 것이다.

 

삶이 팍팍하고 외로울 때 가장 필요한 것이

사소한 것들일지라도 순간순간 경탄을 자아내게 하는 것들이

도처에 숨어 있다가 문득 나타나는 것이리라.

그래서 아름다움은 영원한 기쁨이다.‘라고 갈파했던 존 키츠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는지도 모르겠다.

 

경탄이 없는 이 위태로운 상황에

얼마나 오랫동안 머물러야 하는가.“

 

오늘 여행을 떠나는 나도 당신도,

매 순간 경탄하고 경탄하다가 귀로에 오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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