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2

삶은 이렇게 저렇게 펼쳐져 있고

산중산담 2016. 11. 30. 19:24

 

삶은 이렇게 저렇게 펼쳐져 있고

 

 

무라카마 하루키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글을 쓰십니까?"
"견뎌내기 위해서 씁니다."

나에게 "왜 사느냐? 고 묻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달리 할말이 없다.
그냥 사는 것이라고 말하면
너무 성의가 없다고 말할 것 같고
거창한 청사진을 이야기 하기도 난삽한 일이라서
말 그대로 그냥 어물쩡 넘어가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것이나.
이리저리 어정 거리며 사는 것이나
다 내 인생에 정해진 일인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끔씩 인생길에서 만나는 고귀한 인연들이
 남겨진 생을 이어가게 하는 놀라운 힘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삶은
'무거운 짐을 진 나그네가
먼길 가는 것' 같고
그래서 헤르만 헤세도 견딜 수 밖에 없는 이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서 <견뎌내기>라는 글을 썼는지도 모르겠디.

산다는 것은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고

그것 역시 참고 견디는 것일진대,
그렇게 살기 위해선
절대로 한 눈 조차 팔아서는 안 되는데
나는 틈만 나면 해찰하고 다른 곳으로 탈출하기 위해
부단히 노럭하지만 붙잡혀 오는 바보,

그게 바로 나다.

이렇게 저렇게 가는 세윌 속에서
나는 또 어떤 일탈과 탈출을 꿈꾸며
오늘이라는 날을 맞고 보낼까.

2016년 8월 2일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