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이면 피서나 휴가라는 이름으로 여행을 떠난다.
“언제 떠나요?“ 하고 묻는 것이 일반화되었고,
”며칠 일정으로 어딜 갑니다.“가 일반화 되었다.
예전에는 특수한 사람들이나 가능하던 일이 요즘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개 며칠씩은 국내나 국외로 떠났다가 돌아와야
여름을 제대로 난 느낌이 드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 장소가 아디일지라도 그 여행 속에 만나는 사물이나,
사람들, 그리고 순간순간 일어나는 사건들이
잘 만들어진 이야기이자, 잘 쓰여 진 한 권의 책이다.
단 그것을 예감하고, 그 순간들을 허투루 흘러 보내지 않고,
잘 담아낸 사람들에게 말이다.
며칠간의 여행이 그러할 진대 한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살다가 가는 그 인생의 전 과정은,
말 그대로 대하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태어나서, 살고, 죽는 것은 누구나 다르지 않지만,
그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 속의 길은 누구하나 같은 사람이 없다.
그리고 순간순간 결정되어지기 때문에
그 길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를 아는 사람은 없다.
알 수도 예측할 수도 없는 그 인생의 길을
자살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는<댈러웨이 부인>에서
다음과 같이 토로하고 있다.
“완전하고도 침범할 수 없는 그 비밀스러움 때문에 나는,
인생이란 구불구불한 길과 골목들로 가득 찬,
그렇지, 놀라운 미지의 정원과도 같다는 것을 알았지.”
인생이라는 긴 여정 앞에 펼쳐진 길을
두렵다거나 무섭게 여기지 않고, 마치 열 예닐곱 살의 활기찬 청춘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헤쳐 나가는 인생의 강,
얼마나 푸르고 넓고 망망한가?
그렇게 봐야만 하는데, 그 시절을 살만큼 살아서 세상에 통달한 사람처럼
사는 것은 가능하지가 않다.
그래서 무수히 펼쳐진 길 앞에서 당황하고 서두르고, 성급히 뛰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찾고 물러서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인생이란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다.
삶의 비밀을 알아야 하고, 사람들의 기본적인 마음의 상태를 알아야 하며,
인간이 궁극적으로 지키고 나가야 할 삶의 자세를
견지해 나가야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를 불타는 청춘의 시절에는 알 수가 없는데,
그 의무와 책임을 울프는 다음과 같이 피력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흔히 그렇듯이 우리도 숱한 이론들을 가지고 있었지.
그 이론은 우리가 품고 있는 불만의 감정,
즉 우리가 남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들도 우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불만의 감정을 설명하려는 것이었어.
어떻게 하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서로 매일 같이 만나다가도 반년이고, 일 년이고 만나지 않지.
우리가 진정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불과 얼마 되지 않거든.(...)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은 널리 퍼지고,
사후에도 살아남아 어떠한 형태로든 이 사람 또는 저 사람에게 붙어서
어느 곳에선가 헤매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거지.(...)
실제의 만남이라는 것,
그것은 한 알의 예리하고 날카롭고 불쾌한 씨앗을 마음속에 새기는 거지.
만난다는 것은 때때로 끔찍한 고통을 수반하긴 하지만,
서로 떨어져 있으면, 정말 난데없는 곳에서 그 씨앗은 꽃을 피우고,
향기를 풍겨서, 주위를 둘러보며, 모든 것을 다시 느끼고 이해하게 해주지.“
버지니아 울프의<댈러웨이 부인>166페이지에 실린 글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어떤 사람들을 만나서 사느냐.’이다.
어느 날 문득 우리들은 운명처럼 길에서 만난다.
그리고 시절 인연에 따라 잠시 만나서 살기도 하지만
의무와 책임으로 맺어지기도 하고,
그래서 삶의 동반자로 만나 살아가가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게 만나서 살아가는 사람 중
내 모든 것을 다 털어놓아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당신에겐 자신 있게 ‘그렇다’고 고개 끄덕일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마음과 마음을 열어 모든 것을 다 혀여 할 수 있는 사람은 참으로 드물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수한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인연을 맺고 살아가지만
문득 생각해보면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로빈손 크루소처럼
혼자서 살아가는 게 아닌가 하고 자문자답할 때가 무수히 많다.
당신은 지금 어떤 사람을 만나서 어떤 마음의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가고 있는가?
2016년 8월 1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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