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2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이 산다는 것,

산중산담 2016. 11. 30. 20:03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이 산다는 것,

 

 

전당錢塘의 왕기王琦50세에 사표를 쓰고 돌아온 뒤로 먹고 사는 일에 힘쓰지 않았다. 그런 연유로 깊은 겨울 큰 눈이 내릴 때면 굶주려 쓰러져 문밖도 나오지 못했다., 그런 왕기를 보고 어떤 사람이 말했다.

지금 요직에 있는 사람들이 공을 매우 중히 여기고 있습니다. 입만 한 번 여시면 얼마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텐데, 무엇 때문에 이런 고생을 사서 하십니까?”

그러자 왕기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나는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기를 바랄 뿐이네.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으면 아무리 춥고 배가 고파도 즐겁지 않은 것이 없다네.”

<명세설신어明世說新語>에 실린 글이다.

 

세상을 잘 사는 것을 마음에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던 옛 사람들의 기개를 오늘날에도 찾아볼 수 있는가?

그럴 것 같지가 않다. ‘내 가족과 나만 잘 살면 되지,’ 다른 데 눈을 돌릴 여가가 어디 있는가,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라고 하였는데, 지금은 일 년이 아니라 몇 개월이면 강산이 변하고, 어제가 고금이 되는 시절이 도래한 것이다.

그래도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도正道를 사는 것이라고 할 때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맑은 마음을 지니고 사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맑은 마음을 지니고 살 수 있는가?

마음을 맑게 할 수 있느냐.”

가능하다.”

그 방법이 있느냐.”

있다.”

하니 청하여 묻자 대답했다.

요령이란 욕심을 없게 하는 데 있다. 맹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본연의마음을 기르려면 사람의 욕심을 적게 함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그 사람됨이 욕심이 적으면 비록 물욕에 끌려밖으로 달려간다 해도 적다.“고 하였다.”

나는 말했다.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데는 욕심이 적고 물욕에 끌리지 않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대개 적은 것이 또 적게 되면 없음에 이르나니. 욕심이 없게 되면 고요하며, 텅 비고 우직이면 곧게 한다. 고요하고 공허하면 밝고 또 통하며, 움직임이 곧으면 공평하게 하고 넓으며, ‘본심을 잡고 기름이 치밀하고, 공평하고 넓으면 살피기를 정밀하게 한다

. 옛 성현이 비록 천성으로 말미암아 이레 이른 것이나 또한 반드시 마음을 맑게 함으로써 이룬 것인데, 맑게 하는 요령이 대개 이와 같으니, 이 사람에게 있을 뿐이다.”

조선 초기의 정치가이자 문장가인 이첨李詹이 지은

<淸心說(맑은 마음에 대한 글)>의 본문이다.

 

욕심을 버리는 것이 마음을 맑게 하는 첩경이라는 것이다.

삶의 목표는 적절한 결핍에 욕심 없이 머무르는 것이다.”

스토아학파 사람들의 세계관이었다.

인성 칠장사에 머물면서 깨달음에 정진했던 혜소국사는

헛된 욕심을 품지 않는다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보물로 보이는 법.” 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세상에 태어나 존재하는 것 치고 소중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저마다의 가치를 인정하고 인정받을 때 모든 존재는 보물이 된다.

문득 예전에 읽은 책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좋아한다는 것은 소유하는 것의 가장 좋은 일이지요.

하지만 소유한다는 것은

좋아하는 것의 가장 나쁜 방법입니다.”

무언가를 내 것으로 만드는 순간,

그것은 그것만의 가치와 빛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놓고 버리는 것 속에 진정한 사랑이 있는 것은 아닐까?

 

2016104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