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3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산중산담 2016. 11. 30. 20:19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셰익스피어 <햄릿>의 빼어난 대사 중의 한 대사다.

이 세상을 사는 것이 과연 어떻게 사는가가 중요한데,

제대로 살지도 못하고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봉착한 듯싶어,

가끔씩 가슴이 미어질 때가 있다.

 

세상을 사는 것이 그렇게 복잡한 것도 아니지만,

또 그렇다고 복잡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지나고 나면 별것이 아닌 일이 어떤 순간 속에선

솔로몬의 지혜로도 풀 수 없을 만큼 복잡하게 얼키고 설켜 있는 것이다.

그 문제를 수학공식을 풀 듯 명료하게 풀 수도 있지만,

무식하게 칼로 무 자르듯, 미련의 베를 단 칼에 끊으면 풀린다.

그런데 그것이 쉬울 것 같은데 쉽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의지는 기억의 노예일 뿐,

태어날 때의 기세는 강해도 금세 사라져 버리는 것,

지금은 설익은 과실처럼 가지에 매달려 있지만

익으면 흔들지 않아도 땅에 떨어지게 마련이오.

스스로 걸머진 빚은 갚기를 잊어버리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정열 속에 우리가 약정한 일은 정열이 식으면 그 결심도 식어지는 법,

슬픔이든 기쁨이든 격한 생각은 그 격렬함이 사그라지면,

그에 따라 생각을 실현하는 힘도 없어지는 거요.

기쁨이 크게 날뛰는 자리에서 슬픔도 크게 한탄하는 법,

사소한 사고만 있어도 희비는 교차하기 마련이오,

세상은 영원한 것이 아니니, 우리의 사랑까지도

운명과 더불어 변화한다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오.

과연 사랑이 운명을 이끄느냐, 운명이 사랑을 이끄느냐.

이는 아직도 해답을 얻지 못한 문제요.

정승이 몰락하면 기르는 개까지 도망간다고 하지 않소,

미천한 사람이 출세하면 적도 친구가 되는 법이거늘,

지금까지는 사랑이 운명의 종인 것이 확실하며,

재물을 가진 사람은 친구가 부족한 법이 없는 반면,

가난한 자는 부실한 친구를 시험하려다 도리어 금세 적이 되는 법,

, 우리 이야기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말을 맺자면,

우리의 의지와 운명은 상극이기 때문에

우리의 의지는 항상 전복되는 것이 상례라서 생각은 우리의 것이지만,

결과는 우리의 것이 되지 않는 법이오.“

셰익스피어의 <햄릿> 32장에 실린 글이다.

 

이렇게 어긋나고 어긋나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그것이 필연인가, 아니면 우연인가를 판가름 할 수도 없이

이리 헤매고 저리 헤매면서,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는

한 둘이 아니고 나도 그 중에 한 사람인 것을,

 

사람의 삶이 고금古今 이래 이 시대까지 죽 그렇게 이어져 온 것,

그것 역시 유구한 전통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가끔 서글퍼지는 것 또한

내가 인간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소회일 것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우리들의 삶,

그 삶을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야 하는

그것이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운명이고 숙명이라는 것,

나도 당신도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다.

 

20161029(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