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인간의 적이면서 운명이다.
지난 시절을 회고해보면
삶의 과정 중 어느 것 한 가지도
운명이 아닌 것이 없다.
만남도 그렇고 헤어짐도 그렇다. 이미 정해진 삶을
죽이 끓는지 밥이 타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낸 삶,
그것을 안타깝게 여기는 것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체념하는 것도
그 또한 운명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인간은 인간의 적이면서 운명이다.”
영국의 시인이자 작가인 코튼의 말을 약간 돌려서 말한다면
“인간은 인간의 동지이면서 운명이다.”
이 말이 그나마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모습이
우리 한 평생의 풍경이다.“ 소로의 말이다.
그렇다. 그리움이나 미움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추억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문득 아는 순간,
그렇게 동요할 것도, 그렇게 경탄할 것도 없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분노할 것, 슬퍼할 것이 바닷가에 모래알처럼
많고도 많은 것이 이 생에서의 삶인지.
“고요하고 맑기가 그지없는 감미로운 나날들
땅과 하늘의 혼례,
오늘밤 달콤한 이슬이 그대의 떨어짐을 슬퍼하리니,
그대도 죽을 운명이기에.“
문득 허버트의 글 한 편이 가슴을 세차게 두드린다.
분명한 것은 나도 그대도 언젠가는 돌아갈 것을 잘 알면서
무얼 그리 서두르며 미워하고 분노하며 살고 있는지,
그 모든 것이 사람 속에서 사람에 대한 사랑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의 잘못이다.
2016년 10월 31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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