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3

인간은 인간의 적이면서 운명이다.

산중산담 2016. 11. 30. 20:20

 

인간은 인간의 적이면서 운명이다.

 

 

지난 시절을 회고해보면

삶의 과정 중 어느 것 한 가지도

운명이 아닌 것이 없다.

만남도 그렇고 헤어짐도 그렇다. 이미 정해진 삶을

죽이 끓는지 밥이 타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낸 삶,

그것을 안타깝게 여기는 것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체념하는 것도

그 또한 운명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인간은 인간의 적이면서 운명이다.”

영국의 시인이자 작가인 코튼의 말을 약간 돌려서 말한다면

인간은 인간의 동지이면서 운명이다.”

이 말이 그나마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모습이

우리 한 평생의 풍경이다.“ 소로의 말이다.

그렇다. 그리움이나 미움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추억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문득 아는 순간,

그렇게 동요할 것도, 그렇게 경탄할 것도 없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분노할 것, 슬퍼할 것이 바닷가에 모래알처럼

많고도 많은 것이 이 생에서의 삶인지.

 

고요하고 맑기가 그지없는 감미로운 나날들

땅과 하늘의 혼례,

오늘밤 달콤한 이슬이 그대의 떨어짐을 슬퍼하리니,

그대도 죽을 운명이기에.“

문득 허버트의 글 한 편이 가슴을 세차게 두드린다.

분명한 것은 나도 그대도 언젠가는 돌아갈 것을 잘 알면서

무얼 그리 서두르며 미워하고 분노하며 살고 있는지,

 

그 모든 것이 사람 속에서 사람에 대한 사랑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의 잘못이다.

 

20161031(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