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3

새벽에 일어나 ‘고통의 축제’를 생각하다.

산중산담 2016. 11. 30. 20:24

 

새벽에 일어나 ‘고통의 축제’를 생각하다.

 

 

지금 그대는 행복한가? 아닌가? 하고 물으면

자신 있게 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것은 현재는 항상 불안하고 어둡기 때문입니다.

더더구나 전대미문의 사건이 터져서 나라가 갈 길을 잃고

방황하는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 지금의 이 시대입니다.

어디 한 군데 트인 곳이 없고 출구가 없는 이 시대에

어디 만큼 서 있고, 어디로 갈 것인가?’

혼자서 자문자답하며 제 12<길의 날 길 문화 축제>

여는 마음은 쓸쓸하고 어둡습니다.

 

축제는 언제나 환희에서 시작되고, 고통으로 끝나는 것이 정석인데,

나이가 들수록, 아니 살아갈수록

그 축제가 고통에서 시작되어 고통으로 마무리되기 일쑤입니다.

그것 역시 인생의 길, 역시 그와 같이 진행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자위하는 이 새벽,

그나마 나를 달래주는 것이 쓸쓸하게 내리는 비 소리와,

쓸쓸하게 떠오르는 사념들입니다.

 

마디스 왕이 디오니소스의 시정인 현자 실레노스를 붙잡고 물었습니다.

인간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이냐?”

실레노스는 마지못한 듯이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가련한 하루살이여, 우연의 자식이여, 고통의 자식이여,

너는 내게서 무슨 말을 들으려 하는가?

가장 좋은 것은 네가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태어나지 않은 것, 존재하지 않은 것이다.

다음으로 좋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곧 죽어버리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것이 지나고 나서 뒤돌아보면

별 것이 아닌데, 그 인생을 별 것이라고 여기는 데서

수많은 오해와 이해가 충돌하는 것입니다.

인생이란, 더도 덜도 아닌 저마다

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하루하루 살다가

가지고 놀던 것 다 내려놓고 슬그머니 돌아가는 것이지요.

 

이 세상의 그 어떤 것에도 기대하지 않을 것,

나에게 오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것,

인생이란 더도 덜도 아니고 있는 그대로가 진실이라는 것,

그것에 충실해야 한다.‘ 고 비 소리가 속삭임처럼 들리는 이 새벽,

다시금 내 가슴을 두드리고 가는 노래가 있습니다.

나는 축제주의자祝祭主義者입니다.

그중에 고통의 축제가 가장 찬란합니다.

합창소리 들립니다. “우리는 행복하다.”(까뮈).

생의 기미를 아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안녕.“

정현종 시인의 <고통의 축제>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12일과 13일에 여는 길 문화 축제날,

내 마음 속에는 어떤 상념들이 춤추듯 오고 갈 것인지요.

 

2016118,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