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산란할 때 찾아가는 길이 있다.
‘삶’의 어느 시절,
이렇게 마음이 오락가락하는 시절이 있다.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는 마음을 다 잡기 힘들어서
가을 속에서도 가을을 제대로 못 느끼는 것,
비단 나만이 그런 것이 아니리라.
“빛깔이 짙어지면 짙어질수록 마음은 더욱 담백해지는 것은
서리 내린 숲의 붉은 단풍잎이다.
향기가 가까울수록 정신이 더욱 아득해지는 것은
가을 물 위로 떠가는 부평초이다.“
명나라 말의 문장가인 육소형陸紹珩이 편집한
<취고당검소醉古當儉掃>에 실린 가을의 정취가 여지저기 펼쳐지는데,
세상의 이 곳 저곳에서 불어오는 스산하고도 기묘한 바람 때문에
가을을 가을답게 제대로 못 느끼고 보내는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이렇게 스산하게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는다면
어떻게 길고 기나긴 추운겨울을 견딜 것이며.
그 마음들이 얼마나 삭막하고 안타까울 것인가?
이런 때 온갖 것 잠시 잊고 자연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맑고 청량하게 펼쳐진 나무 숲길이나 자연스럽게 이어진
오솔길을 걷다가 보면 몸과 마음이 새의 깃털처럼 가벼워짐을
느끼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숲이 울창한 길을 걸어갈 때
새벽이슬이 육신으로 스며드는 듯한 청명한 기쁨인 것이다.
“서리 내리고 나뭇잎 질 때 성근 숲 깊은 곳으로 들어가
나무뿌리 위에 앉으면 표표히 나부끼는 나뭇잎이 옷소매에 점을 찍는다.
산새는 나뭇가지 사이로 날아와 사람을 구경하고,
황량하던 땅에 문득 맑고 시원한 운치가 휘감아 돈다.”
다시 <취고당검소>에 실린 글이다.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세상의 일로부터 잠시 벗어나
자연 속으로 들어가 잠시나마 나를 잊기도 하고,
새로운 꿈을 꾸고 지친 영혼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길의 날, 제 12회 길 문화 축제>라는 이름으로 다시 길 위에 선다.
나라 안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절집인 완주 화암사 가는 길과
내장사보다도 더 아름답게 수놓은 철늦은 단풍 숲이 아름다운
전주의 진산 건지산 길,
후백제의 별궁이 있었던 동고산성과 기린봉,
그리고 울울창창하게 하늘을 향해 올 곧게 선 편백나무와
상수리나무를 비롯한 온갖 나무숲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마음을 비우고 비워야겠다.
인적 끊긴 산길, 도란도란 속삭이며 걸어가는 사람들과 스쳐 지나가며,
길에서 나를 만나고 사물을 만나는 그러한 시간 속에서
세상이 평온해지기를 바라는 꿈을 꾸어야겠다.
“항상 꿈을 꾸게나, 꿈은 공짜라네.“ 라는 말을 기억하면서.
2016년 11월 11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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