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3

병신년 동지冬至날에 팥죽 나누어 먹고자 합니다.

산중산담 2017. 4. 10. 12:59

 

 

병신년 동지冬至날에 팥죽 나누어 먹고자 합니다.

 

 

동지는 태양의 황경이 270°위치에 있을 때이다.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입니다.

하지로부터 차츰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여 동짓날에 이르러 극에 도달하고, 다음날부터는 차츰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기 시작합니다. 고대인들은 이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축제를 벌여 태양신에 대한 제사를 올렸습니다.

중국 주()나라에서 동지를 설로 삼은 것도 이 날을 생명력과 광명의 부활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며, 역경의 복괘(復卦)11, 즉 자월(子月)이라 해서 동짓달부터 시작한 것도 동지와 부활이 같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동짓날에 천지신과 조상의 영을 제사하고 신하의 조하(朝賀)를 받고 군신의 연예(宴禮)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동짓날을 아세(亞歲)’라 했고, 민간에서는 흔히 작은 설이라 하였다고 합니다. 태양의 부활을 뜻하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설 다음 가는 작은설의 대접을 받은 것입니다.

그 유풍은 오늘날에도 여전해서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동짓날에는 동지팥죽 또는 동지두죽(冬至豆粥동지시식(冬至時食)이라는 오랜 관습이 있는데, 팥을 고아 죽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로 단자(團子)를 만들어 넣어 끓입니다.

 

단자는 새알만한 크기로 하기 때문에 새알심이라 부릅니다. 팥죽을 다 만들면 먼저 사당(祀堂)에 올리고 각 방과 장독·헛간 등 집안의 여러 곳에 담아 놓았다가 식은 다음에 식구들이 모여서 먹습니다.

동짓날의 팥죽은 시절식(時節食)의 하나이면서 신앙적인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 팥죽에는 축귀(逐鬼)하는 기능이 있다고 보았으니, 집안의 여러 곳에 놓는 것은 집안에 있는 악귀를 모조리 쫓아내기 위한 것이고, 사당에 놓는 것은 천신(薦新)의 뜻이 있습니다.

팥은 색이 붉어 양색(陽色)이므로 음귀(陰鬼)를 쫓는 데에 효과가 있다고 믿었으며 민속적으로 널리 활용되었습니다. 전염병이 유행할 때에 우물에 팥을 넣으면 물이 맑아지고 질병이 없어진다고 하며 사람이 죽으면 팥죽을 쑤어 상가에 보내는 관습이 있는데 이는 상가에서 악귀를 쫓기 위한 것입니다.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사람이 드나드는 대문이나 문 근처의 벽에 뿌리는 것 역시 악귀를 쫓는 축귀 주술행위의 일종입니다.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나 재앙이 있을 때에도 팥죽·팥떡·팥밥을 하는 것은 모두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동짓날에도 애동지에는 팥죽을 쑤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동짓달에 동지가 초승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그믐께 들면 노동지라고 한다. 동지팥죽은 이웃에 돌려가며 서로 나누어 먹기도 합니다.

각사(各司)의 관리들은 서로 달력을 선물하였으며, 이조(吏曹)에서는 지방 수령들에게 표지가 파란 달력을 선사하였습니다. 동짓날이 부흥을 뜻하고 이 날부터 태양이 점점 오래 머물게 되어 날이 길어지므로 한 해의 시작으로 보고 새 달력을 만들어 가졌던 것입니다. 매년 동지 무렵이 되면 제주목사는 특산물로서 귤을 상감에게 진상하였습니다.

그 밖에 민간에서는 동짓날 부적으로 악귀를 쫓고, ()’자를 써서 벽이나 기둥에 거꾸로 붙여 뱀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또 동짓날 일기가 온화하면 다음해에 질병이 많아 사람이 죽는다고 하며, 눈이 많이 오고 날씨가 추우면 풍년이 들 징조라고 전합니다.

 

이렇듯 수많은 이야기를 지니고 있으며, 한 해의 시작이자 의미가 깊은 동짓날에 동지팥죽을 나누어 먹으며 소소하게나마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