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3

여행을 떠날 때 준비해야 할 것들,

산중산담 2017. 4. 10. 14:27

 

 

여행을 떠날 때 준비해야 할 것들,

 

 

짧은 여행이거나 긴 여행이거나를 막론하고, 여행을 떠날 때는 여러 생각들이 교차한다. 가는 그곳이 유럽이건 동남아이건, 아니면 가까운 나라 일본이나 중국일지라도, 가기 전에 사전에 공부를 하고 떠나면 여행의 감동이 배가 된다.

그러나 떠나기 전에 해 놓아야 할 이 일, 저 일에 매달리다가 보면 그 공부시간을 놓치고 나중에 볼 수 있으리라 여기며 책 두 서 너 권 달랑 들고 떠난다.

여행 어떻게 준비하고 떠나는 여행이 가장 좋은 여행일까, 철학자 데카르트가 여행을 떠나기 전, 어떤 마음 상태였으며, 어떤 것들을 준비했는가?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서로 다른 나라 사람들의 습속을 조금이라도 아는 것은 우리들 자신의 습속에 대하여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 또 아무 것도 본 것이 없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 우리들의 생활양식에 반대되는 것은 무엇이나, 우습고 이성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좋은 일이다.(...)

선생들의 감독을 받지 않아도 되는 나이가 되자, 나는 글공부를 아예 집어치웠다. 그리고 나 자신 속에서, 혹은 세계라고 하는 큰 책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학문이외에는 다른 어떤 학문도 찾지 않기로 결심하였다.

나는 여행하는 데와, 여러 곳의 궁정과 군대를 보는 데와, 갖가지 기질과 형편의 사람들을 찾아가는 데와, 갖가지 경험을 쌓는 데와. 운명이 나에게 몰아오는 사건 들 속에서, 나 자신을 시험해 보는 데와, 내가 부딪치는 일들로부터 무슨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하여 그것들에 대하여 반성하는 데에 내 청년 시절의 나머지를 보냈다.(,,,)

나는 내 행동에 있어서 분명하게 보고, 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확신을 가지고 걸어가기 위하여, 참된 것을 거짓된 것으로부터 가려낼 줄 알았으면 하는 극도의 열의를 늘 가지고 있었다.“

데카르트 <방법서설>에서 자기 자신의 여행의 목적을 밝힌 글이다. 내가 접하지 못했던 다른 나라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조금이라도 알고서 떠나면 더 그 지역에 대한 애착과 함께 그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 수월할 것인데, 알지 못하고 가면 생소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데카르트가 가장 주안점을 두었던 것은 참 된 것을 거짓된 것으로부터 가려낼 줄 아는 지혜를 터득하고자 한 것이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여행을 통해 인간은 고금을 통해 이어져온 인간의 지혜와 생활양식을 터득하고 돌아와 세상을 맑고 밝게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권모술수와 사바사바만 배우고 돌아와 이 세상의 물을 흐리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나는 사고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라는 명제를 남긴 데카르트는 지금도 세계 철학사의 큰 봉우리이지만 그의 여행철학 역시 후세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주 명쾌하게 다가온다.

“.....따뜻하고 안온한 난로 방에 더 오래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더 낳겠다고 생각하였으므로, 나는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다시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그 후 만 9년 동안, 세상에서 연출하는 모든 희극에 있어서 배우가 되느니보다는 오히려 구경꾼이 되려고 힘쓰면서 여기저기 떠돌아다니기만 했다.

그리고 한 가지 문제마다 의심스럽고 잘못 생각하기 쉬운 점에 대하여 특히 잘 살펴보면서, 전에 내 정신 속에 스며들어 올 수 있었던 모든 오류를 말끔히 뽑아 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의심하기 위해서 의심하는, 그리고 항상 비결정의 태도를 취하는 회의론 자들을 흉내 낸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와 반대로 내 계획 전체는 나 스스로 확신을 얻고 동요하는 흙과 모래를 제껴 버리고 바위나 진흙을 찾아내는 데로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데카르트 <방법서설> 3부에 실린 글이다.

나 역시 여행지에서 여행 안내자의 설명을 들으며 계속 의심 하는 습관(좋은 습관인지, 아니면 나쁜 습관인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때문에 여행이 편치 못할 때가 있지만 그 역시 고칠 수 없는 나의 여행 벽 중에 하나 일 것이다.

하여간 여행과 책을 통해서 나는 세상을 배웠고, 내 생의 절반 이상은 여행에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길에서 사람을 만나고, 사물을 만나고, 나를 만나는 여행, 언제까지 짐을 꾸리고 떠났다가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돌아 온지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여행을 준비하는 나를 보면 여행에 중독되었다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하여간 여행 만 만세다.

 

 

2017127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