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3

정유년 새해 설날에 보내는 글,

산중산담 2017. 4. 10. 14:30

 

정유년 새해 설날에 보내는 글,

 

 

설은 설다.’ ‘낯설다에서 유래한 말로 한 해가 다하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 해의 시작에 행복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하면서

덕담을 주고받는 것입니다.

행복하시라. 복 많이 받으시라. 건강하시라. 뜻하시는 일들을 다 이루시라.‘

다 좋은 말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다 훗날에 일어날 일을 가지고

소망을 기원해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미래가 그처럼 중요한 것일까요?

옛 사람은 그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연연해하는 것은 과거이고,

가장 바라고 소망하는 것은 미래이며,

가장 소홀히 하기 쉬운 것은 현재이다.

하지만 과거는 이미 흘러간 물이 되었으니 얽매일 필요가 없다.

미래는 아득하기가 마치 바람을 손으로 잡으려는 것과 같으니

바랄 필요가 없다.

오직 이 현재의 이 시점에서 궁한 처지에 있건,

행복한 처지에 있건 때를 얻었으면 행하고,

때를 얻지 못했으면 멈추어, 절로 마땅한 이치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시간이나 보내면서 오지 않는 미래를 기다리며

주어진 책임을 다른 사람들에게 미루고

세월을 헛되이 보낸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니겠는가?

<지복우담>에 실린 글입니다.

오지 않는 미래를 위해서 지금, 곧 현재를 희생하는 것은

자기의 삶을 온전히 살지 못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현재이기 때문입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버렸고, 미래는 오지 않았고,

오직 지금 현재만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미래를 위하여 현재를 희생한다.?

이 얼마나 무모한 일이며 한심한 일이겠습니까?

오로지, 지금을 잘 살고자 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의 삶을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후회 없이 산다는 것, 거기에 인생의 묘미가 있습니다.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이 좋은 집에서 좋은 옷 입고, 좋은 것 먹으며,

권력을 누리고, 돈을 마음껏 쓰며 사는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삶의 의미를 순간순간 재발견하면서, 나만이 아니라, 남을 위해

자그마한 보탬이라도 되도록 의미 있게 산다는 것,

그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그렇게 의미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은 어렵고 힘든 삶이라서

가끔씩 회한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괴로움에 잠을 못 이룰 때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호라티우스의 말을 기억하십시오.

괴로울 때엔 마음의 평정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언제나 잊지 말 것이며,

행복할 때엔 과도하게 기뻐하는 것을 삼가라.‘

이 세상에서의 삶은 즐거움이 아니라 고해苦海, 즉 고통의 바다입니다.

고해의 삶을 살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삶이 불가피한 것이라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매 순간 얻었다고 생각되어도 금세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는 즐거움과 행복,

그것을 루크레티우스는 이렇게 생각하라고 조언합니다.

우리가 소망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동안,

그 가치는 모든 것을 능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얻고 나면 곧 다르게 보이고,

비슷한 욕망이 우리를 사로잡아, 우리는 언제나 생을 갈구한다.“

매일 매일 추구하고, 그리고 희망의 끈을 접었다가 다시 펼치는

이 세상에서 보내는 한해, 정유년에

나는 큰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매 년, 매 달이 그러하듯,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마무리 되면

또 다른 일들이 나를 찾아오는 그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상투적인 인사가 아니고, 건강하시고, 행복한 정유년이 되시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하며 큰 절 올립니다.

 

 

201728일 설날 토요일 새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