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3

긴 여정에서 돌아온 날 아침,

산중산담 2017. 4. 10. 14:25

 

 

긴 여정에서 돌아온 날 아침,

 

 

집으로 돌아와 밀린 일을 처리해서 그런지

잠이 들지 않아 이런 저런 책을 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창밖에 훤하다.

그렇지 곧 일어나 답사를 가야지.

그렇다. 이것도 시차라면 시차일 것이고,

내 마음 속에서 집에 돌아온 안도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랜 역사의 고장 스페인 포르투칼, 그리고 모로코 일대를

수박을 겉으로 맛보듯 열 하루 만에 주파하고 돌아온 날 아침,

이렇게 바쁘게 또 떠남을 준비하다니,

거기도 사람 사는 세상이고, 여기도 사람이 사는 세상이다.

일생을 불행으로 점철된 삶을 살면서 인류문화유산인 <돈키호테>

남긴 세르반테스의 고향 스페인, 그곳은

황량함 그대로였다.

그래서 그랬을까. 그의 글은 쓸쓸하면서도 진실하다.

잘 알아두어라,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혈통이 있단다.

한 가지는 황실의 혈통을 이어받은 사람들로 세월을 따라 내려오면서

점차 몰락하여 마치 거꾸로 뒤집어 놓은 피라미드처럼 뾰족해지는 이들이고,

또 한 가지는 하층 계급 출신이나 점차 지위가 올라가면서

결국 대공에 이르는 이들이다.”

따라서 차이가 있다면 어떤 사람은 지금은 별 볼일 없지만

예전에는 대단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예전에는 별 것이 아닌 것 같았지만

지금은 대단하다는 것이다.

나는 후자의 경우 같고, 아마도 그 때문에

내가 대단한 명문가 출신이라서

점차 나의 장인이 되실 국왕폐하가 흡족해 하실 것이다.“ <돈키호테>

그의 삶을 신산했지만,

그 잘살았던 고관대작들의 이름은 잊혀졌지만,

그렇게 힘겨운 삶을 살다간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지금도 세계문학사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

"한쪽 눈은 웃음으로 찡그리고 한쪽 눈은 눈물로 가득 채워라"

이렇게 <돈키호테>의 말을 빌려서 말한 세르반테스의 말이

가슴에 진한 울림을 주듯

이번 여행이 오래 도록 가슴에 진한 여운을 남기지 않을까?

 

 

2017121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