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정에서 돌아온 날 아침,
집으로 돌아와 밀린 일을 처리해서 그런지
잠이 들지 않아 이런 저런 책을 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창밖에 훤하다.
그렇지 곧 일어나 답사를 가야지.
그렇다. 이것도 시차라면 시차일 것이고,
내 마음 속에서 집에 돌아온 안도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랜 역사의 고장 스페인 포르투칼, 그리고 모로코 일대를
수박을 겉으로 맛보듯 열 하루 만에 주파하고 돌아온 날 아침,
이렇게 바쁘게 또 떠남을 준비하다니,
거기도 사람 사는 세상이고, 여기도 사람이 사는 세상이다.
일생을 불행으로 점철된 삶을 살면서 인류문화유산인 <돈키호테>를
남긴 세르반테스의 고향 스페인, 그곳은
황량함 그대로였다.
그래서 그랬을까. 그의 글은 쓸쓸하면서도 진실하다.
“잘 알아두어라,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혈통이 있단다.
한 가지는 황실의 혈통을 이어받은 사람들로 세월을 따라 내려오면서
점차 몰락하여 마치 거꾸로 뒤집어 놓은 피라미드처럼 뾰족해지는 이들이고,
또 한 가지는 하층 계급 출신이나 점차 지위가 올라가면서
결국 대공에 이르는 이들이다.”
따라서 차이가 있다면 어떤 사람은 지금은 별 볼일 없지만
예전에는 대단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예전에는 별 것이 아닌 것 같았지만
지금은 대단하다는 것이다.
나는 후자의 경우 같고, 아마도 그 때문에
내가 대단한 명문가 출신이라서
점차 나의 장인이 되실 국왕폐하가 흡족해 하실 것이다.“ <돈키호테>
그의 삶을 신산했지만,
그 잘살았던 고관대작들의 이름은 잊혀졌지만,
그렇게 힘겨운 삶을 살다간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지금도 세계문학사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
"한쪽 눈은 웃음으로 찡그리고 한쪽 눈은 눈물로 가득 채워라"
이렇게 <돈키호테>의 말을 빌려서 말한 세르반테스의 말이
가슴에 진한 울림을 주듯
이번 여행이 오래 도록 가슴에 진한 여운을 남기지 않을까?
2017년 1월 21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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