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자료 모음

다시 찾아가는 환상의 섬, 이어도,

산중산담 2017. 4. 10. 14:48

 

 

다시 찾아가는 환상의 섬, 이어도,

 

 

긴긴 세월 섬은 늘 거기 있어 왔다. 그러나 섬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섬은 본 사람은 모두가 섬으로 가버렸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다시 섬을 떠나 돌아온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청준의 소설 <이어도>의 첫 부분이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 인간 그 본연의 모습, 즉 아무 가진 것 없이 발을 디딘 곳이 바로 제주도였다.

어린 시절, 가출을 했었고, 열다섯 살에는 내 딴에 인생에 환멸을 느껴 출가를 했다가 오랜 방랑생활을 거쳐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 뒤 시골의 그 작은 집 작은 방과 고향의 산천을 쏘다니면서 책만 읽으며 무위도식으로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가 운명처럼 군대에 갔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나에겐 하버드 대학이나 서울 대와 같은 곳이 군대생활 33개월 15일이었다.

그리고 군을 제대하였을 무렵 우리 집안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었다.

서울에서 며칠 방황하던 중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이 바로 유토피아<이어도>였다.

어째서 이청준의 소설 <이어도>가 떠올랐는지는 모른다. 다만 그때 나는 절박했었고, 달리 돌파구도 없었다.

어쩌면 내가 그 환상의 섬<이어도>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하는 막연한 기대를 안고 얼마 안 되는 노자路資돈을 갖고서 목포행 완행열차에 몸을 실었다. 목포에서 가야호라는 밤배를 타고 도착한 제주의 새벽은 낯설었다.

나는 아무 가진 것 없이 이국의 어느 도시에 도착하기를 꿈꾸었었다.”

프랑스의 산문작가인 장 그르니에의 산문집에 실린 그 낭만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찾아가 살고자 했던 섬인 이어도가 소설 속에서는 다음과 같이 실려 있었다.

이어도는 오랜 세월동안 이 제주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 전설의 섬이었다. 천리 남쪽 바다 밖에 파도를 뚫고 꿈처럼 하얗게 솟아 있다는 제주도 사람들의 피안의 섬이었다. 아무도 본 사람은 없었지만, 제주도 사람들의 상상의 눈에서는 언제나 선명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수수께끼의 섬이었다. 그리고 제주도 사람들의 구원의 섬이었??/span>. 더러는 그 섬을 보았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한 번 그 섬을 본 사람은 이내 그 섬으로 가서 영영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 모습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섬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냉혹했고 제주도에 그 환상의 섬 이어도는 없었다. 돈이 다 떨어진 나를 반기는 곳은 일을 한 만큼만 일당을 받을 수 있는 공사판뿐이었다. 2년 반 동안 수많은 공사판을 전전하고서야 뭍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 뒤 제주도도 이어도도 내 기억 속에서 까마득히 잊혀졌다.

이어 이어 이어도 사나/ 이어도가 어디에 사니 수평선 넘어/ 꿈길을 가자 이승길과 저승길 사이/ 아침 햇덩이 이마에 떠올리고/ 저녁 햇덩이 품안에 품어/ 노을길에 돛단배 한 척/이어 이어 이어도 가자.(...)한라산을 등에 지고 제주/ 바다와 마주 서 보라(...) 수평선 넘어 꿈길을 열라, 썰물 나건 돛단배 한 척/ 이어 사나 이어도 사나/ 별빛 밝혀 노저어 가자/ 별빛 속으로 배저어 가자

제주가 고향인 문충성 시인의 이어도라는 시 구절만 가끔씩 떠올리며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다.

이어도는 제주 사람들에게는 낙원과 같은 곳이었다. “이어도 이어도여, 요내 노야 부러진들요, 내 손목이야 부러질 소냐, 한라산에는 곧은 나무가 없을 손가, 이어도요 이어도요,” 제주 해녀들이 불렀던 이어도의 노랫말이다. 한라산의 나무를 모두 배 젖는 노로 부러 없애는 일이 있더라도 노 저어 찾아가겠다는 이어도는 제주도의 서쪽 어딘가에 있는 제주도 부녀자들의 이상향이다. 방아를 찧으면서도 이어도를 불렀고, 고난의 시절을 보내면서도 이어도를 불렀다.

제주도 사람들이 그토록 가고자했던 이어도그 이어도를 가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체가 없는 유토피아이고 무릉도원이고, ’낙원의 섬이자 상그릴라였다. 다만 그 섬에 가면 일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는 그 점이 그렇게 제주도 사람들에게 가고 싶은 낙원으로 인식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어도는 과연 어디에 있는 섬일까?

환상의 섬이자 유토피아의 섬 이어도(離於島, Ieodo) 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대정읍 가파리(加波里) 마라도(馬羅島) 남서쪽 149km 거리에 있는 수중 섬이다..

파랑도(波浪島)라고도 부르는 이 섬은 동중국해(東中國海)에 있으며, 중국의 서산다오[余山島]에서 287, 일본 나가사키현[長崎縣] 도리시마[鳥島]에서 276떨어진 해상에 위치하고 있다.

수중 암초(暗礁)로 해저광구 제 4광구에 있는 우리나라 대륙붕의 일부이다. 암초의 정상이 바다 표면에서 4.6m 아래에 잠겨 있어 파도가 심할 때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 때문에 옛날부터 제주도에서는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아들이나 남편이 살고 있다는 전설 속 환성의 섬 또는 피안의 섬으로 일컬어져 왔다. 정상부를 기준으로 동쪽과 남쪽은 급경사를 이루고, 서쪽과 북쪽은 완만한 경사를 이룬다. 면적은 50m 등수심선을 기준으로 약 2(동서 약 1.4, 남북 약 1.8)이다.

이 섬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00년 영국상선 소코트라(Socotra)호에 의해서였다. 그런 연유로 선박의 이름을 따 소코트라 암초(Socotra Rock)라고 붙였다. 1910년 영국 해군에 의해 수심 5.4m의 암초로 측량된 적이 있었고, 그 뒤 1938년 일본이 인공구조물 설치를 계획하였지만 태평양 전쟁으로 무산되었다.

1951년 국토규명사업의 일환으로 이어도 탐사를 시작하여 암초를 확인한 뒤에, '대한민국 영토 이어도'라고 쓰여 진 동판 표지를 바다 속에 가라앉히고 돌아왔다. 1987년에는 해운항만청에서 이어도 등부표를 설치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공표하였으며, 이는 이어도 최초의 구조물이다.

그러나 정작 제주도 사람들이 그토록 가고 싶어 하는 이어도에 대해 전해오는 것은 거의 없다. 다만 바람난 남편이 첩을 데리고 건너가 살았다.‘는 이야기와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불귀不歸의 섬이라는 것, 그 정도만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을 뿐이다.

그런데도 제주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숙이 내재되어 있는 섬이 이어도이다.

이여도 하라. 이여도 하라. 이엿말 하면 나 눈물 만다. 이엿말은 말앙을 가라. 강남을 가건 해남을 보라. 이여도가 반이엥 한다.

갈 때마다 새로운 상념을 불러 일이키는 곳, 내 인생의 이정표를 세웠던 곳, 그리고 훗날 간첩으로 내 몰려서 인가부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곳이 제주도다, 그 제주도로 가는 마음은 항상 스산하면서도 설렌다.

제주도라는 이름보다 이어도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는 그곳에서 내가 그리는 이어도, 곧 이상향을 찾을 수 있을까?

2017214,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