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처럼 확실한 것은 없다.
일찍이 키케로는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과거처럼 확실한 것은 없다.“
지금도 아니고 먼 미래도 아닌 과거를 뒤돌아보며
지금의 나를 진단하고자 하는 열망하나로 떠났던 제주도,
그 제주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불확실, 바로 그것이었다.
평온한 바다, 잔잔한 수평선, 육지보다 먼저 도착한 봄 속에서
나를 느끼고 나를 발견하고자 했던 나의 바람은 과연 맞아 떨어졌던가?
아니다.
“꿈에 빠지는 사람은 바다에 빠지는 것이다.” 라고
조셉 콘래드가 <로드 짐>이라는 소설에서 얘기 했지만
나는 바다에 깊숙이 가라앉지도 못하고, 발만 담근 채
바람 부는 바닷가에서 기웃거리고, 어정거리고 헤매다가 돌아왔을 뿐이다.
내가 제주도에서 오랜만에 제대로 본 것은 바람,
무섭게 휘몰아오고 달려드는 바람, 바람이었다.
“바람은 방향도 없고 그 방향은 몇 백 번이나 바뀐다.
그 바람은 제주도의 하늘과 바다, 그리고 제주도를 사나운 짐승으로 만든다.”
활짝 개는 날이 적고 바람이 많은 제주도를 일컬어
어떤 사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꽃은 3월에 피나 봄바람은 4월에 분다.”
이 말은 제주도가 육지보다 약 20일쯤 봄이 빨리 오기 때문에
3월 초부터 꽃이 무리지어 피지만 날씨가 음산하기 때문에
4월이 되어야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2월 초부터는 제주 전역에 노란 유채꽃이 만발해서
봄소식을 전해주지만 한라산에는 흰 눈이 덮여서
5월까지도 남아 있는 곳이 바로 제주도이기 때문이다.
이곳 제주도 사람들은 동풍을 ‘샛바람’,이라 부르고
남풍을 ‘마파람’, 서풍을 ‘갈바람’, 북풍을 ‘하늬바람’ 등으로 부르는데,
내가 제주도의 바닷가에서 맞고 온 바람은 어떤 바람이었을까?
눈을 못 뜨게 불어오던 바다와 오름의 바람은 제주라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어제, 세귀포에서 리무진버스에 실려 제주공항에 도착했을 때
그 바람도 평상시처럼 고요하기만 했는데, 제주 하늘에 광풍이 불어서
비행기의 이착륙이 어렵다고 비행기 티켓이 발권이 계속 늦어졌다.
어쩌면 하루나 이틀 더 제주도에 머무는 것이 아닐까 불길한 생각들이
이어지는 시간이 흐르고
가까스로 한 시간이 지연 된 뒤에야
광주공항으로 불안하게 비행기는 출발했고, 그 흔들리는 비행기에 실려
광주공항에 도착, 전주에 도착한 것은 늦은 저녁이었다.
이 세상에서 확실한 것은 무엇일까?
태어나고, 살고, 죽는 것 그것이지 않을까?
나의 물음에 엘리자베스 보나파르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세상에서 확실한 것은 두 가지 밖에 없다. 그것은 죽음과 세금이다.”
그렇다. 얼마나 더 살아 있을지를 아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살아 있는 동안 누구나 자기가 걸아가야 할 길을 선택해야 하고
자기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불확실한 것보다 더 확실한 것은 없고,
인간보다 더 가련하고 오만한 것은 없다.” 고
플리니우스는 말했지 않은가?
가장 확실한 것은 지금 내가 이 아침을 집으로 돌아와
맞고 있다는 것은 이와 같이 살아 있다는 것이고,
지나간 모든 추억들이
순간이라는 강물을 흘러 화엄의 바다로 들어간다는 사실 뿐이다.
나여, 그대여, 순간순간을 잘 사는 것,
그대와 나의 이 생에서 부여 된 가장 순수한 사명이 아니겠는가?
함께 제주를 걸었던 모든 도반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2017년 2월 20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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