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어지러워도 봄은 봄이다.
해파랑 길을 걷고 돌아왔어도
나라는 여전히 산란하고 스산하다.
여기저기 불길한 소문만 무성하고, 사람들의 마음은 제각각이다.
이 시절만 그런가? 아니다. 동학의 창시자인 수운 최제우가 살았던
그 당시도 어지러웠다.
그래서 최제우는 세상을 건지기 위해 새로운 사상인 동학을 창시했고,
그 때 당시 세상의 봄 풍경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꽃잎이 봄바람에 휘날림이여, 붉은 꽃이라서 붉은가.
가지마다 팔락거림이여, 푸른 나무라서 푸른가.
뒤섞여 어지러이 뿌림이여, 백설이라서 흰가.
넓고도 넓어 아득함이여, 푸른 강이라서 맑다 하는가.
둥실둥실 노를 저음이여, 물결은 잔잔하고 모래사장은 십리가 되는구나.
길을 거닐면서 한담을 나눔이여, 밝은 달 동쪽에 솟아올랐고,
바람은 북쪽에서 불어오고 있구나.
태산이 높고 높음이여, 공부자孔夫子가 오를 때는 언제였을까 .
맑은 바람 솔솔 불어옴이여., 오류선생이 잘못을 깨달음이라.
맑은 강의 넓고 넓음이여, 소동파와 나그네가 풍류를 즐길만하구나.
연못이 깊으니, 이는 주렴계가 즐기던 곳이라.
푸른 대나무의 푸르고 푸름이여, 군자의 속되지 않음을 보여주도다.
푸른 소나무의 푸르고 푸름이여, 귀를 씻은 처사의 벗이 되리라.
명월의 밝고 밝음이여, 이태백이 품으려던 달이로다.
귀는 소리를 듣고 눈은 색깔을 본다하니,
이 모두가 고금의 한가로운 이야기로다.“
수운 최제우의 <처사가> 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가 살았던 경주 땅 가까운 기장의 해파랑 길에도
홍매화 백매화 등 매화꽃이 피고, 살구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봄바람은 훈훈하기만 한데,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사는 그날은 그렇게 요원한가?
조금씩 욕심만 버리면 되는데,
그 욕심을 버리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이래저래 세월은 봄인데도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봄꽃이 피는 이 봄날 이 새벽에,
2017년 2월 27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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