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3

천국과 지옥이 오고 가는 계절 봄,

산중산담 2017. 7. 24. 14:13

천국과 지옥이 오고 가는 계절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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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봄인데, 봄이 봄 같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봄이라는 것이 이렇게 변덕이 죽이 끓듯 하는 것이라서 그런지

비가 내리다가 해가 뜨다가 바람 불다가

종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개나리 피고, 하얀 목련이 피고. 자목련도 봉긋

활짝 꽃을 피우기 위해 심호흡을 하는 봄 이 새벽,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내 마음은 어느 어둔 골목을 돌고

모퉁이 돌아 어느 만큼에서 동터오는 아침을 맞을 것인지요.

이 새벽에 그렇게 맑다고도 볼 수 없고, 그렇다고 탁하지도 않은

내 정신 속을 휘젓고 지나가는 또 다른 봄에 나는 잠시 정신을 내려놓습니다.

저기 저 담 벽, 저기 저 라일락, 저기 저 별, 그리고 저기 저 우리 집 개똥 하나, 그래 모두 이리 와 내 언어 속에 서라. 담 벽은 모두 내 언의 담 벽이 되고, 라일락은 내 언어의 꽃이 되고, 별은 반짝이고, 개똥은 내 언어의 뜰에서 굴러라. 내가 내 언어에게 자유를 주었으니, 너희들도 자유롭게 서고, 앉고, 반짝이고 굴러라. 그래 봄이다.

봄은 자유다. 자 봐라. 꽃 피고 싶은 놈 꽃 피고, 잎 달고 싶은 놈 잎 달고, 반짝이고 싶은 놈은 반짝이고, 아지랑이가 되고 싶은 놈은 아지랑이가 되었다.

봄은 자유가 아니라면 꽃 피는 지옥이라고 하자. 그래 봄은 지옥이다. 이름이 지옥이라고 해서 필 꽃이 안 피고, 반짝일 게 안 반짝이든가. 내 말이 옳으면 자, 자유다. 마음대로 뛰어라.“

작고한 시인 오규원의 <>이라는 시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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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천국이며 지옥인가, 아니면 지옥이며 천국인가?

금세 더워 옷을 벗으면 춥고, 춥다고 입으면 덥습니다.

지금은 옷을 벗는 시간입니다.“

답사 중에 하는 나의 정당한 말이 금세 정당하지 않은 말로 변모하는 계절,

봄은 봄인데, 봄이 봄 같지 않아서 꽃 잎 하나 날려도 봄이 간다는 이 계절에

여기저기를 두리번두리번 거리다 보면, 하루가 가고 일주일이 가고

그 사이 찔레꽃 그 설운 향기가 내 가슴 속 깊은 곳을 금세 후비고 지나갈 테지요.

귀에 들리는 멜로디는 달콤하지만, 들리지 않는, 멜로디는 더욱 달콤하여라.”

키츠의 시 구절 같은 그 꽃들의 향기 제대로 맡게 될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당신은 어느 하늘 밑에서 그 소리, 그 빛깔, 그 향기를 기다리고 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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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328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