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가망, 희망, 전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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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가장 어두운 시절에 내 곁을 지켜주었던 것은 무엇일까?
책과 음악이었다.
친구도 없었고, 어디 기댈만한 것은 한 가지도 없던 시절,
나는 책에 매달렸고, 음악 속에 묻혀 살았다.
어쩌다 자취집에서 쉬는 날에는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었고,
작업 현장에서는 항상 음악방송을 틀어 놓고 일을 했다.
그런데 성격 탓인지, 아님 내 삶의 풍경이 그래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나는 우울한 음악만 좋아했고, 그 중 제일 좋아하는 음악들이
장송곡, 즉, 레퀘엠이었다.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교향곡의 장송행진곡,
슈베르트 현악 사중주곡 죽음과 소녀, 쇼팽의 장송 소나타,
포레, 베릴리오즈, 모차르트의 레퀘엠, 브람스의 독일 진혼곡 등
그 때 내 곁을 지켜주었던 그 음반들이 다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고
책만 남아 있다. 하지만, 그 때 나에게 책과 음악마저 없었다면 과연 그 시절을
잘 견딜 수 있었을까?
물론 인간은 어떤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는다고 했지만,
지금도 그때 들었던 음악과 책들을 생각하면 아련한 슬픔이 먼저 앞선다.
절망의 시대에 음악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희망이 필요하다고 말한 사람이 프란츠 카프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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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신앙이 없는 시대에는 명랑해야 해요. 그것은 의무에요.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서 배의 악단은 최후의 순간까지 연주했어요.
그렇게 함으로써 절망의 토대를 없애는 거죠.”
카프카의 말에 야노흐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그러나 발작적인 유쾌함은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 슬픔보다 훨씬 더 애처롭습니다.”
카프카는 그의 말을 받아 다음과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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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옳아요. 그러나 슬픔이란 희망이 없는 거예요.
중요한 것은 가망, 희망, 전진뿐이에요.
위험은 오직 갑갑하고 제한된 순간에만 존재하죠.
그 순간의 배후에는 지옥이 있어요.
지옥을 극복하면 모든 것이 정말 달라지죠.
오직 순간이 중요해요. 순간이 삶을 규정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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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 삶을 규정한다. 맞는 말이다.
순간, 순간이 모여 전체가 되고, 그 전체가 한 인간의 삶, 한 나라의 삶,
아니 전 우주의 삶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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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알 수 없지만
물러설 길은 없다.
카프카의 말과 같이 순간을 잘 사는 것,
그리고 읽고 가슴 깊숙이 간직한 이야기들을 토해내는 것,
그것이 삶을 제대로 사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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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5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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