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보다 고운 꽃은 향기를 낸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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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시새워서 그런지 바람이 몹시 불고 비가 내렸다.
그 바람 속에 떨어진 꽃잎이 거리 위를 나뒹굴고,
나는 행여 그 꽃잎을 밟을세라 천천히 발길을 옮겼다.
꽃을 꺾는 것은 괜찮은데, 왜 그리 떨어진 꽃잎을 밟는 것은
망설여지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것이 내 마음이다.
꽃을 ‘아름다운 꽃’이라 부르면 꽃이 말을 알아듣고
나에게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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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보다 고운 미인은 말을 알아듣고,
미인보다 고운 꽃은 향기를 낸다.
이 두 가지를 아울러 얻지 못할진대 향기 나는 것을 버리고
말 알아들음을 취하리라.“ <유몽영>에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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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데면데면 하는 경우들이 허다한데
어찌 꽃이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으랴 만,
세상의 이치는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라서
가끔씩 나도 길을 가다가 꽃이나 나무에게 말을 건넬 때가 있다.
그러면 꽃은 내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화사하게 꽃잎을 흔들거리며 향기를 피우고
나무도 그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로 가만히 말을 건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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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사람인가, 사람이 꽃인가, 알 수 없는
그런 때가 있고, 그 때 꽃에게 건네는 글이 있다.
“모란꽃 이슬 머금어 진주 같은데,
미인이 그 꽃 꺾어 창가로 와서
방긋이 웃으면서 임께 하는 말,
“꽃이 어여쁜가요, 제가 어여쁜가요?”
신랑은 일부러 장난치느라
“꽃이 당신보다 훨씬 어여쁘구려.”
그 말에 미인은 뾰로통해서
꽃가지 내던져 짓뭉개더니
“꽃이 저보다 진정 좋으시거든
오늘밤은 꽃과 함께 주무시구려.”
이규보의 <절화행折花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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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 조팝꽃이 만발한 금강 변을 걸으며,
어떤 꽃의 향기에 취해서 하루를 보내다가 올 것인가?
지금 이 새벽부터 내 마음이 두근두근 설레고 있다.
꽃이 내가 되고, 내가 꽃이 되는 경이
그 경이로운 시간이 오기는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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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15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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