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고요하고 세상은 조용했다.
바람도 없이 비가 내리고,
달리 할 일이 없는 나는
책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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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점심을 먹기 위해 세상 구경에 나섰고,
빗줄기 속으로 생각나는 사람들과
아직도 내 머리를 짓누르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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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시작과 함께 끝나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인생살이와 마찬가지로 끝도 없이 이어지고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짙은 안개가 걷히듯 사라져 버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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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보내는 나의 하루 역시
아침이 왔는가 싶더니 어느 새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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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돌아보는 나의 하루는
책과, 곧 지상에 몸을 드러낼 책, <마음의 발견> 교정과,
가끔씩 이리저리 서성거렸던 시간,
지나고 나면 그 시간들이 추억이 되어 내 마음의 서랍에 켜켜이 쌓인다.
“집은 고요하고 세상은 조용했다.
독자는 책이 되고 여름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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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살아 있는 마음 같았다.
집은 고요하고 세상은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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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책이 없는 양 말하여지지만
독자는 지면 위에 몸을 굽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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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히고 싶어 하고, 무엇보다도 책이
진리인 학자이고, 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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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은 생각의 완전함 같기를
집은 고요하고 고요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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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함은 의미의 일부, 마음의 일부,
그것은 지면에 다가가 차오른 완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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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세상은 조용했다. 조용한 세상의 진리
그 안에 다른 의미가 없는, 그것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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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함이며, 바로 여름이며 밤이며,
독자가 몸 굽히고 그 자리에 책읽기이다“
월리스 스트븐스의
<집은 고요하고 세상은 조용했다.>라는 시 전문처럼 보낸 나의 하루,
이처럼 보낸 나의 하루,
아직 봄이 다 가지 않았고, 아직 여름도 아닌데,
나의 하루는 책 속에서 쏜 살같이 지나가버리고,
이 새벽에 나는 또 어제와는 다른 하루를 준비해야 하는데,
나의 일상은 어제를 벗어나지 못한 채
책속에서 맞고 또 책속에서 보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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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18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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