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살아남을 좋은 책은 어떤 책인가?
<!--[if !supportEmptyParas]--> <!--[endif]-->
언젠가 내가 쓴 책을 주제로 서울 KBS에서 방송을 하는 중에
진행자가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이 앞으로 쓰시고 싶은 책은 어떤 책입니까?”
나는 주저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책이 잘 팔리고 안 팔리고를 떠나서
항상 옆에 두고서 펼쳐 보고 싶은 책을 쓰고 싶습니다.“
물론 그 책을 나만 좋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지 않는 책을 다른 사람이 좋아하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덧없는 욕심이 아닐까?
“역사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헤로도토스’에 의하면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크세스는 자기가 이끄는 대군을 바라보고 이 모든 사람 중에 100년 뒤에는 한 사람도 살아남을 자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러나 두꺼운 신간목록을 볼 때, 이 모든 책 가운데 10년 뒤에는 한 권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할 때 울고 싶은 심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의 철학자인 쇼펜하우어의 <철학적 소고> 중 ‘독서에 대하여’에 실린 글이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그 많은 책들 가운데에서
금세 알려졌다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사라져 버리는 책도 있지만
많이 팔리지는 않더라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회자 되는 책들도 있다.
그런 책이 진정으로 좋은 책이다.
그런데 이 세상이라는 것이 좋은 책을 제대로 아는 사람도 드물고 또 정말로
좋은 책은 사람들에게 잘 읽히지 않고 금세 사라지는, 그것이 좋은 책의 운명이다.
그러한 문학의 진짜와 가짜를 쇼펜하우어는 아주 적나라하게 꼬집고 있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문필의 세계도 인생과 다를 것이 없다. 어느 쪽을 보거나 부딪치는 것은 인류의 천민들이다. 이들은 어딜 가나 떼를 지어 모든 것에 덤벼들어 그것을 더럽히는데, 이것은 여름날의 파리와 다를 것이 없다. 이런 악서惡書의 수는 한없이 많은데, 이 문필계의 잡초는 퍼져 나가 보리의 영양분을 빼앗고, 이것을 고갈시킨다.
즉, 돈이 목적이고, 지위를 얻을 생각으로 이어진 것뿐인 이 악서는, 훌륭한 책이나 고귀한 목적이 응당 받아야할 독자의 시간과 돈, 그리고 주의를 빼앗아 가기 때문에 무용지물일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를 끼친다. 현재 우리 문필계의 작업의 10분의 9는 독자의 호주머니에서 2, 3달러의 은화를 빼앗는 것 이외에는 목적이 없고, 이 목적을 위해 저자와 출판사와 비평가는 굳게 결탁되어 있다.
문사, 매문업자. 다작多作 작가들은 시대의 좋은 취미와 참된 교양에 대해 정말로 교활하고 질이 나쁜 동시에 책략에 성공하고 있다. 즉, 그들이 해낸 것은, 상류 사회 전체를 유도하여 이 책들이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독서하는 일, 즉, 모두가 언제나 같은 것, 가장 새로운 것을 읽고 그것을 동료들 사이에 화제를 올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화제 제공의 목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졸렬한 소설이나 한 때 명성을 얻은 작가의 붓으로 된 비슷한 작품, 가령 슈핀들러, 리튼, 으제느 슈 같은 이들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이런 유의 소설들을 탐독하는 사람들의 운명만큼 비참한 것은 없다.
이들 오락 소설 독자들은 오직 돈 때문에 글을 쓰고 따라서 언제나 무더기로 있는 아주 속된 작가의 최신 태작駄作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대신 동서고금에 걸친 희귀하고 훌륭한 정신적 작품은 이름만 들어 알고 있을 뿐이다. 특히 문예 애호가들에게서 참된 예술 작품을 읽어 자기의 교양에 도움이 되게 사용해야 할 귀중한 시간을 빼앗고, 그 시간을 속된 작가들에 태작에 허비하도록 하기 위해 교활하게 안출된 것이 일간 문예신문이다.
사람들이 모든 시대의 가장 훌륭한 것 대신에 가장 새로운 것만을 읽기 때문에 저술가들은 당대 유행하는 좁은 사상 권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시대는 점점 더 깊이 자기의 수렁에 빠져 들어가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책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보잘 것 없는 책을 읽지 말도록 하는 기술이다. 그 방법이란 그때그때마다 독자의 흥미를 끄는 것은 손을 대지 말도록 할 것, 가령 지금 세상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출판된, 그 해 안으로 판을 거듭하지만 수명이 그때뿐인 정치나 문학 팜플렛이나 소설, 시 같은 것은 읽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오히려 그럴 때면, 바보들을 상대로 쓰는 자들이 언제나 많은 독자를 가진다는 것을 생각하고, 그러지 않아도 제한된 독서 시간을 모든 시대와 민족의 정평 있는 출중한 위대한 사람들의 작품에 오로지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작품만이 참으로 우리의 교양이 되고 우리를 개발한다.
악서는 아무리 적게 읽어도 적음이 없고, 양서는 아무리 여러 번 읽어도 지나침이 없다. 악서는 지성의 독이며, 정신을 해친다.
양서를 읽기 위한 하나의 조건은 악서를 읽지 않는 것이다. 인생은 짧고 시간과 힘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
쇼펜하우어의 <철학적 소고> 중 ‘독서에 대하여’에 실린 글이다.
좋은 책과 나쁜 책을 구별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오늘의 시대이다.
가짜 뉴스보다 더 무서운 것이 가짜 지식인이고, 가짜 문화인이며, 나쁜 책이다.
그것을 가려낼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 그것이 슬픈 일이다.
인생은 짧고 시간과 힘은 한정이 있다는 것, 명심하고 또 명심할 일이다.
2017년 4월 19일 수요일
'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도를 바라보며 옛일을 회상하다. (0) | 2017.07.24 |
---|---|
좋은 책은 우주가 우리에게 준 고귀한 선물, (0) | 2017.07.24 |
집은 고요하고 세상은 조용했다. (0) | 2017.07.24 |
못 난 놈들은 못 난 놈 얼굴만 봐도 즐겁다. (0) | 2017.07.24 |
미인보다 고운 꽃은 향기를 낸다는데, (0) | 2017.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