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4

사람이 사람을 분별하는 방법.

산중산담 2017. 7. 24. 15:07

 

사람이 사람을 분별하는 방법.

 

 

사람이 사람을 아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다.

온전히 아름다운 땅이란 없다는 풍수의 명제처럼

어느 것 하나 결함이 없는 온전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오래 살아도 알 수 없는 마음을 불과 2, 3년을 살고 어떻게 알겠는가?

그것을 미리 알아야 하는데, 작은 일에도 일희일비하면서 사는 것이

바로 사람의 한 평생이다.

 

당신의 어디에도 현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자 크세노파네스가 이렇게 대답했다.

자네가 현자의 모습을 찾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지!

현자만이 현자를 알아볼 수 있는 법이지.“

위대한 철학자를 꿈꾸던 엠페도클레스가 소년 시절에

크세노파네스를 만나 문답을 벌인 내용이다.

 

현자가 현자를 알아본다. 맞는 말이다.

노새가 여행을 다녀왔다고 해서 당나귀가 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아니다, 노새는 노새고, 당나귀는 당나귀인 것이다.

그래도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미리 알면 좋은 사람을 분별하는 방법이

여불위가 지은 <여씨춘추呂氏春秋>

<사람을 분별하는 방법>에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다른 사람을 판단할 때에는, 막힘없이 트인 사람이면 그가 예로써 대우하는 상대를 보고, 존귀하고 출세한 사람이면 그가 추천하는 인물을 보고, 돈 많은 부자이면 그가 돌보아 주는 사람을 보고, 의견을 뜨는 경우에는 그의 실제의 행동을 보고, 무사하고 평화로울 때에는 그가 좋아하는 것을 보고, 익숙하고 친해졌을 때에는 그의 말과 행동을 보고, 곤궁했을 때에는 사물에 대한 그의 결벽潔癖함을 보고, 신분이 낮을 때에는 그가 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아, 그의 현명함이 어느 정도인가를 안다.

기쁘게 해주어 그가 지키는 것을 살피고, 즐겁게 해주어 그의 성벽性癖을 살피고, 성이 나게 해주어 그의 절조節操를 살피고, 두렵게 해주어 그이 스스로 믿는 마음을 살피고, 슬프게 해주어 그의 애정을 살피고, 괴롭게 해주어 그의 지조를 살핀다. 이것이 팔관八觀, 곧 여덟 가지 보는 점과, 육험六驗, 곧 여섯 가지 살피는 방법, 이것이 현명한 사람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남을 판단할 때에는 또 육척六戚, 곧 여섯의 인간관계와, 사은四隱, 곧 네 가지의 사회 관계를 쓴다. 무엇을 육척이라고 하는가?

. , , . . 의 여섯 인간관계를 말한다.

무엇을 사운이라고 하는가? 교우交友, 고구故舊, 읍리邑里, 동문同門의 네 사회관계를 말한다. 안으로는 이 육척과 사은으로 하고, 밖으로는 팔관과 육험으로 하면 사람의 지위眞僞 탐비貪鄙, 선악善惡을 확실하게 안다.,

비를 피하고자 하여 이리저리 피해 보아도 결국 젖는 것과 마찬가지로 속일 수가 없다. 이것이 성인의 사람을 꿰뚫어 보는 방법이다.“

 

여불위가 살았던 그 시대와는 또 다른 사회적 패러다임이 생긴 이 시대에

어떤 사람을 만나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심히 우려스럽지만 그렇다고 달리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사람이 사람을 믿고, 살아가야지,

그것이 나의 사람을 분별하는 방법이라면

너무 위험천만한 발상일까?

 

201767,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