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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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생각할 때면 가장 앞서 떠오르는 것이 술(酒)이다.
술을 좋아하셨고, 그래서 술집을 열었었고, 그곳에서의 기억들이
내 소년시절의 가장 내밀한 기억의 창고를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는 시도 때도 없이 술을 좋아하셨다.
아픔이 당신의 가슴 깊은 곳을 점령하고
더 이상 술을 마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던 그 때까지 그랬다.
그래서 군에 입대한 뒤에도 고참 들의 그 살벌한 명령에도 불구하고
술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 지금은 나라 안의 명주로 소문이 자자한
포천 막걸리를 훈련 나가서 고참 들이 사먹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얼마나 어린 날의 기억들이 강렬했으면 삼형제 중에 맥주 한 잔반,
소주 한 잔 반 정도만 마시면 적당히 취하는 내가 제일 주량이 센 것일까?
하여간 술은 내 인생의 전반기에 가까이 하면 큰 일 나는 것 중의 하나였다.
그러다가 늦은 나이에 답사 때 한두 잔 씩 마시는 술의 맛과 효용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가끔씩 마시는 술, 너무 늦게 배워서 그런지 늘지를 않는다.
그렇다고 서운 한 것도 아닌 술, 그 술의 이로움과 해로움을
헤르만 헤세가 <페터 카멘친트>에서 조목조목 풀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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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어떤 것보다도 내 인생과 내 존재에 중요한 것이 바로 술이었다. 그 강하고도 달콤한 술의 신은 내 친구였으며, 지금도 역시 그렇다. 누가 그처럼 강할 것인가? 누가 그처럼 아름답고, 환상적이고, 열광적이고, 매혹적이며 우울할 것인가? 그는 영웅이며 마법사이다. 그는 에로스의 인도자이며 형제이다.
그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한다. 가난한 인간의 마음을 아름답고 놀라운 시로 가득 채워준다. 그는 은자이고 농부인 나를 왕으로, 시인으로 예언자로 만들어준다. 텅 비어버린 인새의 배에 새로운 운명을 짐 지우고, 조난자를 위대한 인생의 급한 물살 속으로 되살려 보내준다.
술이 바로 그렇다. 술은, 값진 선물이나 예술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사랑받고, 요구되고, 이해받고, 애써 구해져야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술이 수많은 사람을 멸망시킨다. 그는 그들을 늙게 만들고, 그들을 죽이고, 혹은 그들 정신의 불꽃을 꺼버린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축제로 초대하고, 영화로운 섬으로 가는 무지개다리를 만들어준다.
그들이 피곤할 때, 배 머리 맡에 베개를 놓아주고, 슬픔에 사로잡혀 있을 때, 친구처럼 위로하는 어머니처럼 포근하게 살며시 껴안아준다. 그는 삶의 혼란스러움을 위대한 신화로 바꾸어 놓고, 힘찬 하프로 창조의 노래를 연주해준다.
또한 그는 어린아이와 같다. 비단결 같은 기다란 곱슬머리와 좁은 어깨와 날씬한 팔다리를 가진 어린아이이다. 그는 당신의 가슴에 기대어 그 조그만 얼굴을 당신의 얼굴에 가까이하고, 그 사랑스럽고 큰 눈으로 놀란 듯. 꿈꾸는 듯 바라본다. 그 눈 안에는 파라다이스의 기억과, 잃어버릴 수 없는 신의 천진무구함이, 숲 가운데서 솟아난 샘물처럼 촉촉하게, 빛나며 물결친다.
그 달콤한 술의 신은 봄날의 밤에 수런거리며, 깊이 흐르는 물줄기와 같다. 또한 태양과 폭풍을 거센 파도 위에 놓고 흔들어대는 바다와도 같다,
술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할 때면, 비밀과 추억과 시의 예감의 바다가 쏟아지듯, 엄습하듯 그들을 감싼다. 낯익은 세계가 줄어들고 사라져 버리면, 영혼은 불안의 환희에 잠겨, 모르는 세계의, 길도 없는 비평으로 던져진다. 그곳은 모든 것이 낯설고, 모든 것이 믿음직하고, 음악과 시의 꿈의 언어가 말해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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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내 인생의 한 시절, 그토록 멀리하고자 의도적으로 멀리했던, 술,
그 술이 이처럼 인간의 영혼을 풍요롭게 해주기도 하고
중독자를 만들기도 하며, 파멸시키기도 하다니,
신기하다. 신기해,
이제라도 술의 신에게 초대되어 영화로운 무지개다리를 건너
술이 인간에게 주는 아름다움과 조화로움을 배워야겠다.
“입술과 술잔 사이에는 악마의 손이 넘나든다.”
고, j.. F. 킨트가 얘기한대로,
악마의 손이 넘나들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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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15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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