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놀다가 가야 하는 이 지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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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하고 싶지만 어려운 일,
잘 노는 일이다.
그것이 뭐가 어려울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잘 노는 것을 터득한 사람은 많지 않다.
이 풍진 세상을 살면서 잘 놀다가는 것이
최상의 삶일 진대, 어떻게 놀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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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를 떠나 외딴 곳에서 사는 것이 세상과 단절된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것을 사람들을 시켜 장만하도록 하여,
교유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노는 일은 마치 세속을 벗어난 일과 같다.
화초들은 하인이 되고, 새소리는 담소에 해당되며,
계곡의 나물들과 흐르는 물은 술안주와 국을 대신하게 된다.
서사書史는 스승이 되고, 대나무와 돌은 벗이 되며,
빗소리. 구름 그림자. 솔바람. 담쟁이 틈새로 보는 달은
한 때의 흥이 도도한 가무가 되어,
정경이 진실로 농익고도 화려하게 된다.
<소창청기>에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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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사는 것이
꼭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몇 사람, 마음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을 만나며,
어떤 때는 혼자서 자연 속으로 들어가 자연과 함께
무언의 대화를 나누며 살아도 그리 쓸쓸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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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면 되는데, 이렇게 사는 사람은 흔치 않고,
그저 돈 늘어나는 재미에, 권력을 차지한 뒤 의시대고.
승진하여 거들먹거리는 재미에, 푹 빠져 살다가
정작 살아야 할 삶,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사람은 내일을 기다리다가 그 내일은 묘지로 간다.‘는
그 속담을 떠올리며 돌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나는 오래 전부터 나하고 약속했었다.
“모래밭에 쎄(혀)를 박고 죽을지언정 그런 삶은 살지 말자 .‘
그런 곳 기웃거리지 말고, 되도록 마음 편한 사람들과 만나
잘 놀다가 가자,
그렇게 마음먹었고, 자리만 펴지면
잘 놀다 가리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는데,
어제, 함양의 화림동 계곡에서 요행처럼, 그런 자리가 마련되어
옛 사람들의 재미있는 풍류에 푹 빠져 놀다가
밤늦어 돌아왔다.
화림동 계곡의 동호정 앞 차일바위의 움푹 파인 웅덩이를
깨끗이 닦아 놓은 뒤, 그곳에 막걸리를 구멍가득 채우고
장미꽃 한 송이를 띄우고 한 잔 술을 즐긴 것이다.
“자네, 한 잔 마시게,”
“나도 한 잔 먹겠네.”
하고 권하고 또 권하고 놀다가 보니 은근히 술에 취했고,
“술은 입으로 들고,
사랑은 눈으로 든다.“는
예이츠의 <술 노래>를 권주가 삼아
어정거리며, 갈 ‘지之’자로 노닐다가 삼만 원 짜리 ‘산양 삼’까지
먹을 수 있었던 그 시간도
이미 추억이 되어버린 시간,
가만히 생각한다,
내가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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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16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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