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가끔씩 찾아온다.
가끔씩, 아무 것도 아닌데,
괜히 의기소침해지고, 그래서 읽던 책,
쓰던 글도 중지하고 가만히 누워 있기도 하고,
내가 자주 애용하는 시체놀이를 하기도 한다.
내 몸에 하나도 힘이 남아 있지 않도록 온 몸에 힘을 빼고
시체처럼 누워 있는 것이다.
그 시간이 얼마가 되는지, 나도 모르고 시간도 모를 것이다.
그리고 한 참, 아니 몇 시간이 흐르고,
내가 나를 생각하는 시간,
그 시간이 내가 다시금 이 땅에 살아나는 시간이다.
무슨 생각이 내 곁에 와서 머물렀었는지,
아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정확하게 알 수 없는데, 알 수 없는 생각의 파도가,
아니 슬픔이 불현 듯 찾아왔다가 떠난 시간,
프랑시스 쟘의 시 <이제 며칠 후엔>을 떠올린다.
“이제 며칠 후엔 눈이 오겠지. 지난해를
회상한다. 불 옆에서 내 슬픔을 회상한다.
그 때 무슨 일이냐고 누가 내게 물었다면 난 대답했으리라.
날 그냥 내버려둬요.
아무 것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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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별들의 이름을 지어주었다. 별들은
이름이 필요 없다는 걸 생각지도 않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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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방에서 무슨 일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리라.
‘날 내버려둬요. 아무 것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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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아니다.
그저 내 마음이 이렇게 저렇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
갈대도 아닌 것이 갈대처럼 그렇게 흔들리고 흔들리면서
세월이 간다는 것,
슬픔은 가끔씩 불현 듯 찾아온다는 것,
그것이 인생이 나에게 주는 지극한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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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11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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