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4

슬픔은 가끔씩 찾아온다.

산중산담 2017. 7. 24. 16:42

 

슬픔은 가끔씩 찾아온다.

가끔씩, 아무 것도 아닌데,

괜히 의기소침해지고, 그래서 읽던 책,

쓰던 글도 중지하고 가만히 누워 있기도 하고,

내가 자주 애용하는 시체놀이를 하기도 한다.

내 몸에 하나도 힘이 남아 있지 않도록 온 몸에 힘을 빼고

시체처럼 누워 있는 것이다.

그 시간이 얼마가 되는지, 나도 모르고 시간도 모를 것이다.

그리고 한 참, 아니 몇 시간이 흐르고,

내가 나를 생각하는 시간,

그 시간이 내가 다시금 이 땅에 살아나는 시간이다.

무슨 생각이 내 곁에 와서 머물렀었는지,

아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정확하게 알 수 없는데, 알 수 없는 생각의 파도가,

아니 슬픔이 불현 듯 찾아왔다가 떠난 시간,

프랑시스 쟘의 시 <이제 며칠 후엔>을 떠올린다.

이제 며칠 후엔 눈이 오겠지. 지난해를

회상한다. 불 옆에서 내 슬픔을 회상한다.

그 때 무슨 일이냐고 누가 내게 물었다면 난 대답했으리라.

날 그냥 내버려둬요.

아무 것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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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별들의 이름을 지어주었다. 별들은

이름이 필요 없다는 걸 생각지도 않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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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방에서 무슨 일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리라.

날 내버려둬요. 아무 것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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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아니다.

그저 내 마음이 이렇게 저렇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

갈대도 아닌 것이 갈대처럼 그렇게 흔들리고 흔들리면서

세월이 간다는 것,

슬픔은 가끔씩 불현 듯 찾아온다는 것,

그것이 인생이 나에게 주는 지극한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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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711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