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나 불행은 예고도 없이 온다.
비가 내려야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눈이 내려야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꽃이 피어야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안개가 끼어야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눈이 내려야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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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이 우주의 진리다.
그 진리를 모르는 사람은
이 것, 저것 걱정만 하다
그 좋은 세월을 다 보내고
남들이 다 가는 그곳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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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럴 줄 알았다고,’
고 혼잣말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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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새워
새벽엔 양동이로 퍼붓듯 내리고
천둥번개는 금세 하늘을 두 쪽 낼 듯
창문을 두드리면서 으라차차 해대는
그 시간 속에 눈을 감고서
비가 내리는 새벽의 포근함을 느끼는 나는 제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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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약속한 사람 중의 한 사람만 불참한
순창에서 담양 금성산성 거쳐 순창의 강천사에 이르는 길,
비가 내리던 오전과 달리 사도바울의 은총으로 비는 내리질 않고
온 산허리를 맴돌고 있던 흰 구름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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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여러 번 올랐던 금성산성에서 비 개인 뒤의
산천을 바라보게 된 것은 일종의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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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의 하나인
금성산성 복구문을 지나 충용문 지나서 강천사로 가던 길,
느닷없이 불어난 계곡물로 여기도 폭포, 저기도 폭포,
길이 불어난 물로 사라진 길을 손에, 손잡고 건너던 그 길,
이 길이 아침가리인가, 아니면 저녁갈이인가를 모르고
경황도 없이 지나면서도,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라는 것,
그렇게 수많은 시내를 건너고 또 건너서 도착한 강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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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세상의 행운도 불행도 모든 것이
예고도 없이 오는 것,
금성산성을 넘어 쏟아져 내려오는 물로
길이 없어진 길을 만나 망설이기 시작한 그때 까지만 해도
추호도 의심하지 않고, 걱정하지 않았었다.
살아갈수록 깨닫는다.
인생이란 그 과정 속에서 전혀 알 수 없이 다가오는
어떤 것들, 느닷없는, 불현 듯, 문득, 갑자기
그런 것들이 인생을 걱정스럽게 하기도 하지만 풍요롭게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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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한 번 더 내 영혼에 각인시켜준 여정이
이번 순창과 담양의 답사였다.
단풍이 물드는 가을, 다시 한 번 그 길을 걸으며
지나간 그 시절을 회상해야겠다.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진다.’
는 그 진리를 회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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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17일 제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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