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타산 무릉계곡에서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맛보다.
어떤 장소를 어느 계절에 누구와 함께,
어떤 마음을 가지고 가는가에 따라서
그 풍경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를
새삼 느끼고 돌아온 것이 두타산과 청옥산 사이에 펼쳐진
무릉계곡 길이다.
날이 서서히 열리는 아침에 어둠을 밝으며 출발한 여정이,
무릉반석을 지나고, 쌍폭과 용추폭포를 향해 가던 그 길에
어둠이 가신 뒤에 드러나던 단풍의 향연,
붉은 단풍과 노란 생강나무, 놀하고 파란 갈참나무를 비롯한,
온갖 나무들이 저마다 준비한 마지막 화려한 옷을 아낌없이 드러내고
혼을 불사르는 계절,
흐르는 물소리 속에 아스라하게 들리던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의 1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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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나뭇가지에 단풍 든 잎이 남아 있다.
나무 앞에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희망을 걸고 잎사귀 하나를 지켜본다. ……
아, 그 잎이 땅 위에 낙엽지면 내 희망도 따라 떨어진다.
나 또한 대지에 몸을 던져 희망의 무덤에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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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함이 가장 극적으로 고조되는
<마지막 희망 (Letzte Hoffnung)>이다.
단풍의 아름다움은 마지막 지는 처절함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대지에 몸을 누이는 숭고함의 표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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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과 희망과 교차하는 그 전환점에서
불타는 단풍을 보며,
나는 아팠고, 그리고 서서히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돌아오던 그 길,
그 길을 지금 다시 그리워하고 있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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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30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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