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잘 사는 방법,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나이가 들수록 어렵다는 것을
삶이 깊어갈수록 더 절실하게 깨닫는다.
나이가 더 들어 갈수록 남의 입에 오르내리지도 않고,
그래서 오후 해가 설핏 질 때 긴 그림자 드리운 듯
그림자처럼 살아야 하는데, 자의든 타의든 이런 저런 일로
남의 입방아에 오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달리 길도 없다. 자신의 의지대로 소신껏 사는 것이
이 세상을 잘사는 것이 아닐까?
삶이란 살아가면서 조금씩 깨달아가다가 멈추면 가는 것이 아닐까?
내 소신껏 살다가 문득 돌아가리라 결심한다.
그래도 가끔씩 옛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데,
세네카의 말은 이럴 때에 내 가슴 깊은 곳을 헤집고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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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할 때 몸을 숨기게. 그러나 그 한가함 자체도 숨기게나.(...) 나는 자네에게 권유하고 있네. 자네의 한가함을 남이 모르게 하라고, 자네의 명패에 철학이니 고요니, 하는 말을 새길 필요는 없네.
자네의 목적에 그것과는 다른 이름을 붙이게나. 건강이나 병약함, 게으름이라고 불러도 좋네. 한가함을 자랑하는 것은 게으른 허영이네. 동물 중에는 발각되지 않도록 보금자리 주위에 나 있는 자신의 발자국을 지워버리는 것들이 있는데, 자네도 그렇게 해야 하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반드시 쫓아올 자들이 나타날 것이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활짝 열어둔 곳은 통과하고 메워서 보이지 않도록 한 곳을 들여다보는 법이라네.
도둑은 봉안해둔 곳에 마음이 끌린다네. 활짝 열어둔 곳은 어떤 것이든 가치가 낮은 곳으로 생각되네. 그런 곳은 강도도 그냥 지나가지.
세상은 관습은 어떨까? 물정을 모르는 사람일수록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비밀장소가 있으면 억지로 들어가려고 하네. 세상의 눈이 닿지 않는 곳으로 물러나 숨는 것도, 도가 지나치면 일종의 선전이 되네.
몇 년이나 자신의 집 문지방을 나서지 않았던 사람이 있는데, 누구든 자신의 한가함이 소문에 오르게 되어버린 사람은 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도록 되네.
자네는, 은거하면, 세상이 자네를 화제로 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네 자신과 얘기를 나누도록 해야 하네.
그런데, 어떤 이야기를,? 세상 사람들이 타인에 대해 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것, 즉 자기 자신에 대해 혼자서 악담을 하도록 하게. 그러면, 자네는 진실을 말하고 듣는 것에 익숙해질 테니까?(...)
자네는 수양을 위해 내 옆으로 오고 싶어 할 필요가 없네. 이곳에서 뭔가 도움을 기대하는 것은 오산이네. 이곳에 있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 환자니까. 그보다도 자네는 떠날 때 이렇게 말해주는 것이 좋겠네.
“나는 그 인물을 행복하고 박식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귀를 바짝 기울이고 들었지만 실망했다. 보는 것, 듣는 것, 어느 것 하나도 간절히 원했던 것은 없고, 다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없었으니까?
자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말한다면, 수양이 되어 있다는 뜻이겠지. 나는 자네에게 나의 한가함을 용서받고 싶은 것이네. 질투하는 것이 아니라, 자네는 말하겠지;,
“세네카여, 당신은 나에게 한가한 생활을 찬양하는 것입니까? 하고 당신은 에피쿠로스가 부르는 소리 쪽으로 흘러가는 겁니까?” 하고 나는 자네에게 한가한 생활을 추천하네. 그렇지만, 그것은, 자네가 포기한 것보다 더 위대하고 아름다운 일을 하기 바라기 때문이라네.(...)
모든 사람에게 지는 것도 내가 운명을 이길 수 있는 한, 그만한 가치가 있네.“ 나는 운명을 숫자상으로는 당할 수가 없고, 운명이 더 두터운 지지를 얻고 있으니까,“
세네카의 <삶을 생각하며 쓰는 편지>에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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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것도 그럴 것이다.
‘도둑은 봉안해둔 곳에 마음이 끌린다네.
활짝 열어둔 곳은 어떤 것이든 가치가 낮은 곳으로 생각되네.
그런 곳은 강도도 그냥 지나가지.‘
그렇다. 한 세상 살아가는데, 누구도 알 수 없는 자신만의 것이 없다면
그 삶이 얼마나 허전하겠는가?
그래서 평범하지 않게 사는 것도 하나의 삶의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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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것마저도 운명을 이길 수 있는 한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말’
괴변은 아닌 진정성, 그것들이 세상을 바꾸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지금, 이 순간을 잘살자.
내가 나에게 이 아침에 다짐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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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쓰고, 사람들에게 가능한 한 상처 주지 말고,
최선을 다해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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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26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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