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5

세상의 모든 것들은 흐르고 흘러가는 것,

산중산담 2017. 11. 22. 17:33

 

세상의 모든 것들은 흐르고 흘러가는 것,

 

전주에서 금산을 가기 위해
오후 네시 이십분 버스를 탔다.
승객은 여섯.
버스는 소양 ic에서 익산 포항간 고속도로에 접어들고.
몇 개의 터널을 통과한 뒤
마이산을 치어다보고
진안 ic를 통과힌 뒤 진안 터미널에 도착한다.

세 명이 내리고, 두 명이 다시 탄 버스는
용담댐을 굽어다보고
구봉산 자락을 지나 주천에 이른다.
운일암 반일암의 고장 주천에서
나만 빼놓고 승객들이 다 내리고
다시 한 명이 탄다.

나하고 둘 기사 포함 세 명이
종착 역인 금산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6시 10분,
일반 시외버스가 신기하기도 하지
어떻게 예정 시간을 일분 일초도
넘기지 않고 도착할 수가 있지?
하여간 한 시간 오십분의 시외버스 여행이 끝나는 순간이다.

금산골 도서관에 강연을 위해 들어가며 생각한다.
나도 한 사람의 승객이 되어 멀다면 멀고
짧다면 짧은 그 길을 가는 동안
타고 내리고 또 타며 스치고 지나간 그 인연들과 같이
사라져 간 시간이 한 시간 오십분.
의식하건 의식하지 않건 간에 시간이 흘러가 버린 것이다.
그 시간의 흐름을 파스칼은 다음과 같이 설파했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시간의 흐름>에 실린 글이다.


시간은 흐른다. 그것만이 확실하고 모든 것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그냥 무심히 가고 오는 것을
방관자처럼 주시하자.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조급해지고 서두르는 것은
그만큼 내 삶의 시간들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고.
그 사실이 나를 다급하게 옥죄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금 이 지금이
금세 고금이 되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나!
나는 도대체 또 무엇이고 누구인가?

2017년 9월 15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