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을 벗어나는 길은 무엇인가?
예나 지금이나 자신을 과대평가해서
사람들 앞에 그 분의 행적을 흉내 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렇게 닮고자 하는 대표적인 인물이 신라의 고승 원효元曉 스님이다.
의상스님과 함께 당나라로 유학을 가던 길,
어느 날 밤, 평택시 포승면 원정리에는 수도사라는 절에서
목이 말라 옆에 있는 그릇에 물을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아침에 보니 그릇이 아니고 해골에 있는 물을 마셨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뱃속에 있는 모든 것을 토하고 난 뒤에
세상의 모든 것이 ‘마음에서부터 비롯된다.’는
큰 깨달음을 얻었던 사람이 원효스님이었다.
그와 비슷한 이야기가 시 공간을 뛰어 넘어
서양철학자인 데카르트의 글에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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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가 즐겨서 먹고 있던 고기의 한 조각에,
뜻하지 않게도 무슨 무척 더러운 것을 발견했다고 하는 경우에는,
이 사실이 주는 ‘쇼크’가 뇌腦의 구조에 변화를 가져와서,
지금까지는 만족하고 먹었는데도 이제부터는 이러한 고기를 보면
다만 기분 나쁜 감정밖에는 일어나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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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대다수인데 원효스님은
이 이치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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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년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가장 고상했던 남자인 원효스님이
파계를 하지 않고서 요석공주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신라 때의 저명한 학자인 설총은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요석공주를 만나 파계를 한 뒤 원효스님은 일생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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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발언은 미친 듯 사나웠고, 예의에 얽매이지 않았으며,
보여주는 모습은 상식의 선에 어긋났다.
그는 거사와 함께 주막이나 기생집에도 들어가고 지공指空처럼
금빛 칼과 쇠 지팡이를 지니기도 했으며, 혹은 주석서를 써서
<화엄경>을 강의하기도 하고, 혹은 사당에서 거문고를 타면서 즐기고,
혹은 여염집에서 유숙하기도 하고, 혹은 산수에서 좌선하는 등,
계기를 따라 마음대로 하는데 일정한 규범이 없었다.”
<송고승전>에 실린 원효스님에 대한 글이다.
원효스님은 언제나 ‘고요하여 움직이는 모습(靜而恒動威)을 행동하되
늘 고요한 덕을 잃지 말기(動而常寂德)’를 사람들에게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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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스님은 항상 다음과 같은 <화엄경>의 게송을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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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의 걸림 없는 사람이 한 길(一道. 一乘)로 삶과 죽음을 벗어났다.”
그러니 세상의 그 무엇이 바람처럼 구름처럼 살고자했던
원효의 마음을 구속할 수 있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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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는 원천을 바라보면서도 하류에서 머뭇거리고,
더러는 잎을 잡았으면서도 지류를 말하며,
더러는 옷 한 벌을 잘라 소매를 깁고,
나뭇가지를 잘라 뿌리에 두르기도 하니,”
<원효의 <대승기신론별기>에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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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길을 잃고 머뭇거리고 어정거리다가
어느 때는 목 놓아 울고, 어떤 때는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
그 하루가 저물고 다시 새로운 시작이 열리는
한 밤 중에,
보지도 못하고, 소식도 듣지 못한 가버린 옛 사람의 글에 취해
잠이 멀리 달아나고 또 달아나는데,
나는 그 무엇을 찾아 이렇게 눈 부릅뜬 채
시간 속에서 헤매고 또 헤매고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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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3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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