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5

삶과 죽음을 벗어나는 길은 무엇인가?

산중산담 2017. 11. 22. 17:34

 

삶과 죽음을 벗어나는 길은 무엇인가?

예나 지금이나 자신을 과대평가해서

사람들 앞에 그 분의 행적을 흉내 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렇게 닮고자 하는 대표적인 인물이 신라의 고승 원효元曉 스님이다.

의상스님과 함께 당나라로 유학을 가던 길,

어느 날 밤, 평택시 포승면 원정리에는 수도사라는 절에서

목이 말라 옆에 있는 그릇에 물을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아침에 보니 그릇이 아니고 해골에 있는 물을 마셨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뱃속에 있는 모든 것을 토하고 난 뒤에

세상의 모든 것이 마음에서부터 비롯된다.’

큰 깨달음을 얻었던 사람이 원효스님이었다.

그와 비슷한 이야기가 시 공간을 뛰어 넘어

서양철학자인 데카르트의 글에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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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가 즐겨서 먹고 있던 고기의 한 조각에,

뜻하지 않게도 무슨 무척 더러운 것을 발견했다고 하는 경우에는,

이 사실이 주는 쇼크가 뇌의 구조에 변화를 가져와서,

지금까지는 만족하고 먹었는데도 이제부터는 이러한 고기를 보면

다만 기분 나쁜 감정밖에는 일어나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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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대다수인데 원효스님은

이 이치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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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년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가장 고상했던 남자인 원효스님이

파계를 하지 않고서 요석공주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신라 때의 저명한 학자인 설총은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요석공주를 만나 파계를 한 뒤 원효스님은 일생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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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발언은 미친 듯 사나웠고, 예의에 얽매이지 않았으며,

보여주는 모습은 상식의 선에 어긋났다.

그는 거사와 함께 주막이나 기생집에도 들어가고 지공指空처럼

금빛 칼과 쇠 지팡이를 지니기도 했으며, 혹은 주석서를 써서

<화엄경>을 강의하기도 하고, 혹은 사당에서 거문고를 타면서 즐기고,

혹은 여염집에서 유숙하기도 하고, 혹은 산수에서 좌선하는 등,

계기를 따라 마음대로 하는데 일정한 규범이 없었다.”

<송고승전>에 실린 원효스님에 대한 글이다.

원효스님은 언제나 고요하여 움직이는 모습(靜而恒動威)을 행동하되

늘 고요한 덕을 잃지 말기(動而常寂德)’를 사람들에게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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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스님은 항상 다음과 같은 <화엄경>의 게송을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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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의 걸림 없는 사람이 한 길(一道. 一乘)로 삶과 죽음을 벗어났다.”

그러니 세상의 그 무엇이 바람처럼 구름처럼 살고자했던

원효의 마음을 구속할 수 있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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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는 원천을 바라보면서도 하류에서 머뭇거리고,

더러는 잎을 잡았으면서도 지류를 말하며,

더러는 옷 한 벌을 잘라 소매를 깁고,

나뭇가지를 잘라 뿌리에 두르기도 하니,”

<원효의 <대승기신론별기>에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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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길을 잃고 머뭇거리고 어정거리다가

어느 때는 목 놓아 울고, 어떤 때는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

그 하루가 저물고 다시 새로운 시작이 열리는

한 밤 중에,

보지도 못하고, 소식도 듣지 못한 가버린 옛 사람의 글에 취해

잠이 멀리 달아나고 또 달아나는데,

나는 그 무엇을 찾아 이렇게 눈 부릅뜬 채

시간 속에서 헤매고 또 헤매고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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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913일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