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고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
이탁오와 교류를 나누었던 원공도의 형 원종도가 엮은 책
<작림기담作林紀譚>에 실린 작림노인은 어디 사람인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천하를 두루 돌아다닌 사람으로
항상 취해서 바구니 하나 들고 시장을 돌아다녔다.
그는 엉뚱하고 제 정신 아닌 말을 많이 했던 기인 중의 기인이었다.
원종도가 그 노인에게 물었다.
“도를 배우려면 반드시 호걸이 되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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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네. 가슴 속에 오로지 호걸이 되려는 생각만,
가득 차 있으면 바로 죽는 길이며 사는 것이 아니라네.
사람은 저마다 각각 뛰어난 부분이 있네.
배움이 열매를 맺으면 자연스럽게 호걸인 것이지,
어찌 배워야 할 호걸이 있겠나.”
원종도가 노인에게 물었다‘
“학문을 추구하는 사람이 반드시 공훈과 업적을 필요로 하는 것입니까”
“아닐세, 치세하는 일은 추구하여 얻을 수 있네.
무슨 어려움이 있겠나. 오직 큰 학문은 자기가 깨달아 받아들이는 것이지.
언어로 분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닐세.”
원종도가 물었다.
“선생님께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가르쳐주시기를 청합니다.”
노인이 말했다.“
“좋은 사람이네.”
원종도가 말했다.
“저에게도 결점이 있지요?”노인이 답했다.
“결점이 바로 바로 자네의 좋은 점이네.
사람이 결점이 없으면 바로 죽은 물건일세.
(3년이 지난 뒤 원종도의 동생 원굉도가 지은 <서소수시敍小修詩>에
‘그 중 좋은 곳도 있고, 흠이 있는 곳도 있는데.
좋은 곳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고,
흠이 있는 곳 또한 그만의 독특한 개성이 있다는 말이다.)는 글이 있다“ ”
원종도가 다시 노인에게 ‘협俠’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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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람들은 모두 협俠을 모르지.
협은 ‘인人’과 ‘협夾’이 합해진 글자로,
사람을 양쪽에서 지탱해야 한다는 뜻이네.
천만인이 위급한 지경에 빠져 있는데.
어떤 사람을 얻으면 안정되고,
이 사람을 잃으면 위험해져서 사람들이 너나없이
의지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협이라고 할 수 있네.
지금 사람들은 협을 모르고,
거꾸로 검을 휘두르고 원수를 갚는 것을 협으로 여기니 정말 가소롭기 그지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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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중국 역사 속의 일인데,
가만히 살펴보면 나를 두고 이르는 말 같다.
자기 한 몸 잘 추스르지도 못하고, 간수하지도 못하고,
다 제 잘못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면서,
세상의 일에 어설프게 간섭하고, 그러다가 제풀에 지쳐
상처받고, 그저 멍한 채 누워 있는 나,
장점은 별로 없고, 결점만 많으며,
어리석기 이를 데 없는 나,
그런 내가 도태되지 않고 이 세상을 이만큼이나마
살아왔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닌가?
그나마 나를 도와주는 고마운 몇 사람 있어서 이렇게 살아있는 것이리라.
그들에게 고마워하고 또 고마워해야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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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그런대로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또 어떻게 살아갈지,
가끔씩 아찔할 때가 있다. 하지만
내 운명이 정해진 대로 살다가 돌아갈 테지, 하고 체념하면
그냥 저냥 살아가리라.
그래.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고,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
그게 인생이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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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5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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