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기에 좋은 때가 있다.
나는 술을 의도적으로 마시길 싫어했고, 그래서 술을
30이 넘어서야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고, 그래서 그런지
소주 두잔, 맥주 두잔 쯤 마시면 많이 취한다.
그런 연유로 사람들로부터 가끔 술도 조금 마시고
취한 척만 잘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내 딴에는 많이 마시고 많이 취하는 편이다.
늦게 배운 술이라, 그런 내가 무슨 술맛을 알겠는가, 하지만
적당히 마신 술이나. 알맞게 걷고 마시는 한 잔 맥주는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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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은 술을 왜 그렇게 늦게 배웠지?’
하면서도, 잘 늘지 않는 술,
그렇다면 옛 사람들은 어느 때 술을 마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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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서 마실 때에는 절제가 있어야 하고,
피로해서 마실 때에는 조용해야 하고,
점잖은 자리에서 마실 때에는 소쇄瀟洒한 풍도가 있어야 하고,
난잡한 자리에서 마실 때에는 규약이 있어야 하고,
처음 만난 사람과 마실 때에는 한가롭고,
우아하게(閒雅)하면서도 진솔眞率하게 마셔야 하고,
잡객雜客들과 마실 때에는 꽁무니를 빼야 한다.“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이
그가 좋아했던 술을 주제로 쓴 상정觴政의 용容이다.
그 말은 맞다.
특히 마지 막 구절, 잡객들과 마실 때에
꽁무니를 빼야 한다는 말,
술은 기분 좋을 때, 만나면 좋은 사람과 마셔야 하거늘,
그게 쉽지가 않아 술을 마시다가 기분이 상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술꾼들은 그런 것은 애당초 개의치 않고
미신다는 것, 내가 술꾼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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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는데 5 가지의 좋은 일이 있다
시원한 달이 뜨고 좋은 바람이 불고 유쾌한 비가 오고,
시기에 맞는 눈이 내리는 때가 첫째로 맞는 일이고,
꽃이 피고 술이 익는 때가 둘째로 맞는 일이고,
우연한 계제에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 것이 세 번 째 맞는 일이고,
조금 마시고도 미친 흥이 도도한 것이 네 번째요,
처음에는 울적하다가 다음에는 화창하여 담론談論이 금시에
활발해지는 것이 다섯 번 째 맞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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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허균의 글이다.
술 마시기 좋은 그 때
술을 마실 사람이 없을 때가 있다.
그런 때 혼자서 한 잔 마실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냥 넘기고 마는 나,
어제 밤이 그런 때였다.
오늘은 강화도 답사 길에서 한 잔 술을 마셔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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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2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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