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 자신이 되는 그 시간
어느 때 문득 한 소식 한 듯싶은 때가 있다.
내가 이전의 내가 아니고, 또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온 몸이 새털처럼 가볍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그 때는 잠시, 어느 새 내가 세속 깊숙이 들어가
이도 저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난 뒤의 허망함,
매일 매일 깨닫고, 매일 매일 속세로 들어가는 나날의 반복,
그러므로 삶 속의 고행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가장 높은 곳까지 도달한 사람은 점 점 인간과
일상 사물의 비근한 곳으로 가까이 다가오며,
인생의 경계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도달한 사람은
도리어 낮은 곳으로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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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을 추구했던 옛 사람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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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지도 모르겠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누구나 깨닫고 싶지만 깨달음의 길은 멀고도 멀다는 것이고
깨달음이란 사실 유토피아처럼 이 세상에서는 없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서주舒州선사의 <고존숙어록古尊宿語錄>에 실린 글이
가끔 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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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금 이 순간 네가 이것을 깨달았다면,
네가 전에 깨닫지 못한 것은 어디에 있는가?
도道란 전에 미혹 속에 있던 것이 이제 깨달음이 될 수 있고,
이제 깨달음이 된 것이 전에 미혹 속에 있던 상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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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 저도 아닌 상태, 어중간하고, 미지근하고,
그래서 혼자서 애태우다가 그저 멍하니 침묵하고 있는 시간,
그런 시간들이 때론 더 없이 맑고도 맑은 새벽이슬처럼
가슴 안에 살포시 내리는 시간,
그때가 진정 내가 나 자신이 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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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닫기 전에는 황금으로 보이더니,
깨달은 후에는 똥처럼 보였다.”
라고 말한 서주선사의 말이 이해가 되는
그러한 시간 속의 나!
나는 과연 누구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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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3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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