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사람들에서 배우는 것들,
세상을 사는 것이 어디 일정한 법이나 규격이 있는가?
없다. 다만 이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 그 시대에 맞도록
이렇게 저렇게 정해 놓고
그 정한 것을 따르는 것이 법이고, 규격일 뿐이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세상사,
그런데 실상은 이래서도 안 되고, 저래서도 안 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한 모든 것들이 다 사람들이 스스로 정하고
그 정한 틀에 스스로 얽매어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에 있는 쌍계사에
고운 최치원 선생이 지은 사산비문 중 하나인
진감선사 부도 비에 우리가 살면서 고민하는 제 문제가 새겨져 있다.
“배우는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이 이르기를, 석가와 공자가 가르침을 베푸는 데 있어 그 흐름이 나뉘고, 실체가 다르니, 동그란 구멍을 네 모난 마개로 막는 경우와 같아서 서로 어긋나게 한쪽만을 잡아서 고집한다.‘ 라고 하였다. 시험 삼아 논해본다면, 시詩를 논論하는 사람이 글자로써 말을 해쳐서는 안 되고, 말로써 뜻을 해쳐서도 안 되는 것이다.
<예기禮記>에서 이른바, 말이 어찌 한 갈래뿐이겠는가. 각각 타당한 바가 있다. ‘라고도 하였다. 그러므로 여산廬山의 혜원慧遠이 논을 지어 말하기를, ’여래如來가 주공周公, 공자와 더불어 드러낸 이치는 비록 다르지만 돌아가는 바는 한 길이다. 각각 자신의 가르침에만 국한 해 고집하여 아울러 응하지 못하는 자는 만물을 전체로 잘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라고 하였다.
심약沈約이 말하기를, ‘공자는 그 실마리를 논하였고, 석가모니는 그 극치를 다하였다.’ 라고 했다. 참으로 그 큰 뜻을 안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며, 비로소 그 지극한 도에 대해 함께 말할 만 하다. 부처님께서 심법을 말씀하신데 이르러서는, 심오해서 이름을 붙이려고 해도 이름을 붙일 수 없으며, 설명하려고 해도 설명할 수가 없다. 비록 달을 보았다고는 하지만, 달은 물론 달을 가리킨 손가락마저도 더러 잊어버려서 마침내 바름을 얽어매고. 그림자를 붙잡기 어려운 것과 같다. 그러나 높은 데까지 오르자면 가까운데서 부터 시작해야 하나니. 비유를 취한들 무슨 해로움이 있?渼째?.
또한 공자가 제자들에게 말하기를,‘ 나는 말이 없고자 한다. 하늘이 무슨 말이 있는가.’ 라고 했다, 그런즉 유마거사가 묵묵히 문수를 대한 경우와 부처님께서 가섭迦葉에게 가만히 전한 것처럼, 수고로이 혀를 놀리지 않고서도 능히 통해서 마음에 새기게 한다는 것이다. 하늘이 말하지 않는다고 말하였으니, 이것이 버리고 어디에 가서 얻을 수 있겠는가“ 멀리서 오묘한 도를 전해 와서 우리나라를 빛나게 한 붐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선사가 바로 그 사람이다.”
최치원이 글을 짓고 쓴 것으로 알려진 쌍계사 <진감선사> 탑비에 적힌 글이다.
천 년의 세월이 지났는데도 모든 글자들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는데,
한국 전쟁 당시 총알에 맞은 자국이 여기저기 뚫려 있는 그 비에 새겨진 글이
진감선사가 이 세상에서 살면서 실천하였던 것을 기록한 것이다.
‘서로 어긋나게 한쪽만을 잡아서 고집하는 것이 이 시대이고,
‘드러낸 이치는 비록 다르지만 돌아가는 바는 한 길이다.’
‘ 말이 어찌 한 갈래뿐이겠는가. 각각 타당한 바가 있다.’ 라는 말이다.
그 당시도 그러했지만 오늘의 이 시대 종교들?? 해도 그렇다.
신은 우리에게 여러 개의 손가락을 주신 것처럼 여러 개의 종교를 주셨다.
그래서 믿는 바는 다르지만 종국에 뜻은 하나다. ‘선하게 살아라.’
‘원수를 만들지 말아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물을 사랑하라.’
그렇다. 예나 지금이나 여기저기서 부르짖고 있는 것이 사랑이다. 그런데,
그 사랑이 부족해서 그런지, 세상은 항상 불만투성이고 불평등, 부조리뿐이다.
천여 년 전 사람들도 이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그렇게 아름다운 탑비에다 세상의 이치를 새겨 놓았는데,
지금 이 시대 사람들의 생각은 갈수록 더 깊어지는 게 아니고
얕아지고 얕아져서 훅 하고 입김으로 불면
곧 날아가 흔적초자 찾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어둠이 깊어야 새벽이 온다고 사람들은 말하지,
지금은 무슨 시간일까? 두리번거려도 새벽은 아직 멀고,
2017년 12월 13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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