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5

언제나 떠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인생의 축복이 아닌가?

산중산담 2018. 4. 26. 20:47

 

언제나 떠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인생의 축복이 아닌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뭐니,뭐니 해도 이라는 말도 있지만,

어디에서 태어나느냐 일 것이다.

십리 간에 말이 다르고, 백리 간에 풍속이 다르다.’는 말도 있지만

어느 지역도 아닌 어느 나라에서

누구의 몸을 빌려서 태어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찍이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던 키케로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아테네의 공기는 섬세하고 기묘하며, 그 때문에

아테네 사람들은 더 미묘한 정신을 가졌다는 평판이 있고,

테베시의 공기는 둔중하며 그 때문에

테베인들은 둔중하고 강한 인간들로 간주된다.”

우리나라도 나라가 큰 것도 아닌데, 백두대간을 가운데 두고

영서와 영동의 풍속이 다르고,

영남과 충청, 호남 사람들의 말과 기질이 다른 것이다.

아테네시를 창건한 여신은 인간들을 신중하게 만드는 풍토에

이 도시를 골라 잡아주었고,

그래서 과실과 동물들이 갖가지로 생산된다.

인간들 역시 다소 호전적이고 정의로운 편도 있지만

온순하게 출생한다. 여기서는 술을 즐기고, 다른데서는

도둑질과 음탕한 것을 즐기며, 여기서는 미신을 믿고

다른데서는 불신앙에 기울어지며, 여기서는

자유를 사랑하고 저기서는 노예처럼 복종하며,

사람들이 차지한 자리에 따라서 학문이나 기술에 능해지고,

천하거나 재간이 능하고, 순종하거나 잘 거역하고,

착하거나 약해지며, 나무들 모양자리를 바꾸면

기질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키로스의 기름지고,

부드러운 땅은 사람을 무르게 만들고,

비옥한 토지는 정신을 메마르게 만든다고 말하고,

페르시아 사람들에게 거칠고 험한 땅을 버리고 편평하고

살기 좋은 다른 나라로 옮겨 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몽테뉴 수상록> 2권에 실린 글이다.

한 시절 전,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하지 않았던 때에는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을 벗어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래서 추운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나

더운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평생을 우물 안 개구리나 덩굴에 매달린 박처럼,

그곳이 우주의 전체인양 살다가 갔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는 것조차

성에 안 차서 외국에 나가는 것을 마실 다니듯 하며 살고 있다.

가서 보는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는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풍경과 물산과 함께 삶의 현장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은 내가 전체는 아니지만 부분적으로라도

그들의 삶을 체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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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수지 적자라고 여기저기 볼멘소리가 나오긴 하지만,

인생은 한 번 뿐이다. 나라 곳곳의 아름답고 역사적인 곳을

답사하는 틈틈이 여기저기를 다녀야 하는 이유,

인생은 짧고,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 떠나고, 또 떠날 일이다. 집도 길이고,

길도 집이라고 여기면서,

 

 

 

2017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