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5대강에 박물관을 만들고, 강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서 걷자.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글입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곳곳을 사십 년 가까이 답사하고 걸으며 글을 쓰는 신정일이라는 사람입니다. 우리나라의 10대강과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영남대로 등, 옛길을 걸으면서 느낀 점이 많습니다. 그 중 남한의 5대강을 새롭게 인식시키면서 관광상품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소망을 안고 국민 청원을 드립니다.
여행 수지적자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 여행수지 적자 150억달러… 너도나도 해외여행…“
이런 글들이 언론을 수놓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 외국을 대체할 수 있는 관광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얼마든지 좋은 관광 상품이 있는데 그것을 못 찾기 때문이 아닐까요?
한 때 광풍처럼 휘몰아왔다가 주춤한 걷기를 예로 듭시다. 우리나라의 옛길인 <영남대로> <삼남대로> <관동대로> <해파랑 길> 등,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면서 걸을 수 있는 길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스페인의 순례자들이 걷는 <산티아고 길>과 다른 나라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외국의 길을 걷는 것도 좋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옛길을 걷는 것은 국토 사랑의 첩경이 아닐까요?
우리나라의 강들을 지금 새롭게 조명하면서 보존하고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우리나라 10대 강을 걷고 책을 펴 낸 후, 2004년부터 우리나라 정부에 줄기차게 주장한 ‘강을 주제로 한 국가적 사업’을 새롭게 시작해야 할 때가 지금입니다.
첫 번째, 남한의 5대 강에 각각의 독립된 박물관을 만들자.
남한의 5대 강에 선사시대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강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 땅을 살았던 위대한 인물과 환경에 관한 것들을 모아놓은 5대 강 박물관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일본의 규슈지방에서 <지쿠고 강>을 <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현장 박물관> 개념으로 가꾸고 지켜 나가는 것처럼 남한의 5대강에 각각의 박물관, 즉, 한강 박물관. 낙동강 박물관. 금강 박물관. 섬진강 박물관. 영산강 박물관을 세워, 강의 소중함과 강의 모든 것을 일깨우는 계기로 삼아 보존하고 가꾸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 우리나라 5대 강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자.
우리나라의 강을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국립공원 개념으로 보고 보존해야 합니다.
한반도의 남녘에 있는 지리산, 한라산 , 설악산, 소백산 , 월출산 , 주왕산, 내장산, 변산 등의 산들이 지금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전 국민의 관심과 보살핌 속에 보호되고 있습니다. 또한 남해에 있는 <다도해>와 <한려수도>그리고 서해에 자리 잡은 <태안반도> 등이 해상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태어나고 살고 있는 날까지 모든 사람들의 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으며, 우리들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강 즉 남한의 5대강은 어떻습니까?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특별법을 제정하여 수십조 원을 들여 4대강을 개조한다고 하였으나 가시적인 성과조차 내지 못하고 무용지물 화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강을 보라!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그 근원인 바다를 향해 흐르지 않는가?”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말입니다. 그와 같이 강물은 유장하게 흘러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수많은 초대형 댐과 4대강 사업 이후 생긴, 보들이 건설되면서 강의 생성을 뒷받침 해주는 여울들을 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흐름을 잃어버린 강물은 자꾸만 썩어가고 있을 뿐입니다.
지금이라도 강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규제하지 않으면서 강을 사랑하며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상징적인 국립공원으로 제정해야 할 것입니다.
세 번째, 강을 따라 걸은 사람들에게 인증서를 주자.
선종의 격언에 “그 물을 사랑하려거든 그 물을 마시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강가에서 태어나 그 물을 먹고 사는 사람이라면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을 흐르는 강의 발원지에서부터 하구까지 강을 따라 걷는 것은 일생일대의 가장 큰 사건이자 축복일 것입니다. 강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들어 그 강들을 걷자는 것입니다. 한강 유역에 사는 사람들이 나라의 절반도 넘는 3천 만 명에 이릅니다.
서울,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사람들이 학생(현장 체험학습), 일반인, 직장인(직장인 연수)할 것 없이 한강의 발원지인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검용소에서부터 한강의 하구인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514KM)까지 ‘걸어보자’는 것입니다.
한 발 한 발 한강을 다 걷고 나면, 강은 걷기 이전의 강이 아니고, 새로운 의미의 강으로 마음 속 깊이 새겨질 것입니다.
낙동강(517), 금강(401), 섬진강(213), 영산강(158) 유역도 마찬가집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강을 따라 걸은 사람에게 인증서를 준다면 산티아고를 걸어서 받은 그 인증서보다 더 큰 기쁨이 되지 않을까요? 또한 ‘강 문화 해설사’를 양성한다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새로운 관광 프로그램으로도 손색이 없고 지역경제를 살리며,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보다 행보行步가 낫다“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의 말과 같이 건강을 챙기며 걸으면서, 국토를 만나고, 내가 나를 만나는 것이 강을 따라 걷는 길입니다.
그리고 사법고시나 외무. 행정고시나 공무원에 합격한 사람들을 오랫동안 연수만 받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국토(5대 강이나 조선시대의 옛길)을 걷도록 한다면 제대로 우리 국토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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